2021년 첫 영화는 레미제라블로 시작한다. 얼마 전 읽었던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에서 영화 레미제라블을 통해 프랑스 왕정 복귀에 대한 내용에서 오래전 영화를 보며 두근거리던 심장이 다시 뛰는 듯해서 서둘러 보게 됐다. 러셀 크로우의 강인하지만 깊은 슬픔이 느껴졌던 눈빛이나 분노가 서렸지만 두려움 가득했던 휴 잭맨의 눈빛은 잊으래야 잊을 수 없다. 게다가 앤 해서웨이의 세상 모든 슬픔을 담은 큰 눈이라니!
이 영화는 왕정 시대의 부패를 끝장내고자 봉기한 나폴레옹의 혁명 끝에 다시 왕정으로의 복귀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혼란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 질병과 경제적 빈곤을 경험하는 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분과 계급은 혐오와 배제, 차별은 전혀 인권적이지 않고 정의는 권력 앞에 사라진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조카의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빵을 훔친 죄로 5년을 수감되고 탈옥을 시도했다가 19년을 감옥에서 이름 대신 24601이라는 숫자로 불린 장발장(휴 잭맨)은 억울함에 분노한다. 부패한 사회가 빈곤을 만들고 그 아래 희생되는 사람들을 못 본 척하는 이들을 향한 분노와 적개심 가득한 장발장은 가석방되어 다시 출소한다. 반면, 죄수를 단지 숫자 그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정의 구현만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든다고 믿는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집요하게 장발장의 뒤를 쫓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립 구도를 통해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분노와 적개심 가득한 장발장이 가석방을 통해 감옥보다 더 참혹한 고립을 경험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미리엘 주교의 온정을 의심하면서 오히려 은쟁반을 훔쳐 달아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끌려온 장발장에게 "자신의 영혼을 대신 하느님께 바쳤다"라며 착하게 살길 바라는 주교의 용서와 자비를 경험하면서 장발장은 인간적 수치심을 느끼며 회개한다.
반면, 감옥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베르의 세상은 범죄자와 교도관의 세계만 존재한다. 즉 죄와 정의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자베르에게는 죄인은 인권은커녕 불필요하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가석방의 규율을 어기고 사라진 장발장은 끝끝내 찾아내 응징해야만 정의가 실현된다는 신념의 자베르는 장발장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끝끝내 마주한다. 하지만 목줄이 채워진 처지에서 장발장과 마주하고 생명을 부지한 자베르는 죄인에게 용서와 자비를 받았다는 수치스러움에 고통스러워하다가 호수에 몸을 던진다.
또 판틴은 믿었던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딸 코젯을 부양하기 위해 갖은 수모와 성추행을 견디면서 버티다가 결국 거리의 여자로 내몰린다. 판틴은 결정적 순간 공장 사장이자 시장인 장발장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외면당했다고 느끼며 분노한다.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디며 거리를 전전하던 판틴에게 정의는 존재했을까? 신분의 차이만으로 죄를 단정 짓는 자베르와 도움의 손길을 외면했던 장발장은 판틴에게 세상은 그저 불평등한 곳이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장발장과 자베르, 판틴, 코젯과 에포닌, 마리우스, 테나르 디에 부부, 앙졸라 등을 통해 선과 악, 사랑, 정의, 신념 같은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를 던진다. 그 책에서 최은 평론가는 "법은 정의를 위한 최대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 자비와 정의가 공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 결국 법은 약자를 위해 작동할 때 가장 정의롭다는 것 말이다."라며 정의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나도 그렇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정의는 법을 집행하고 처벌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할 때 그 기능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깨닫는다. 다시 봐도 멋진 영화다.
그나저나 대한민국의 법은 1주일 후 대기업 사주 앞에 어떻게 작동될지 사뭇 궁금하다. 과연 어떤 판결이 날지.
예전에 썼던 리뷰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
https://blog.naver.com/djanmode/100183386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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