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은하계에서 날아든 혜성의 충돌로 지구 종말이 예측되는 상황을 가정한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특별히 운석들이 지구로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제외하면 딱히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CG는 눈에 띄지 않았다. 솔직히 제라드 버틀러의 묵직한 연기를 좋아하는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긴 했지만 조금 실망스럽다.
재난에 살아남는 것이 개인을 떠나 전 인류의 '종'을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이라 하더라도 극단적인 가족애는 좀 식상하다. 혐오와 차별이 일상적인 미국 현실은 그러하지 않아서 영화가 더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영화 역시 생사가 달린 재난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극단적으로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공감에서 출발하는데, 냉기가 흐르는 존(제라드 버틀러)과 앨리슨(모레나 바카린) 부부 사이가 왜 그런지 설명도 없이(나중에 장인과 언쟁 중에 아주 살짝 비치지만) 떨어지는 운석 앞에서 무조건적인 용서와 화해로 돌변하는 장면이나, 선택받은 자에서 갑자기 배제돼 버린 아내와 아들을 찾겠다고 수백 명의 생사가 달린 비행을 멈추고 결국 다 죽이는 존을 절절한 가족애로 포장해도 되나 싶다. 물론 사재기, 약탈, 살인, 음주 파티 등 감독은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극한의 이기주의와 대비를 보여주려 애썼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말이다.
반면 어떤 경로로든 그린랜드에 벙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선택과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갈 수만 있다면 모두 생명 연장이 가능한 장면은 허무하기까지 할 정도다. 이 영화가 휴머니즘을 표방한 가족애를 다루고 있지만, 멸종이라는 재난에 닥친다면 누구를 살릴 것인가 하는 '선택'을 국가가 한다는 점은 참 거시기하고, 선택의 기준에 '질병'은 무조건 배제되는 것 역시 거시기하다. 물론 종의 종말은 막아야 하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기후 변화로 야기되는 종말은 왜 미국은 정신 못 차리는지 남의 다리는 왜 긁는지 참 거시기한 영화다.
개인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영상도, 감동적인 가족애나 휴머니즘, 뭘봐야할지 애매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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