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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북극을 꿈꾸다 | 툰드라 생태 복원 메시지 이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표지에 반했다. 그리고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라는 소개에 한 번 더 반했다. 반백년을 넘는 세월 동안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다른 존재를 착취하는 데 몰두하는 자본주의를 경고하는 그의 메시지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서문에서 저자가 펼쳐놓는 북극과 그 척박한 땅에 존재하는 것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차디찬 땅의 것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온통 따뜻함 그 이외의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반면, 이 척박한 땅에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을 동시에 지켜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석유 좀 뽑아내겠다고 알래스카의 얼음 밑을 관통하는 거대한 관을 박자고 일대를 초토화 시키는 일은 누구를 위함인가. 이 신비한 땅을 향한 우.. 2024. 3. 5.
[에세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울지마톤즈 학교 | 휴먼에세이 추천 작가 소개를 읽다가 전혀 구수하지 않은 구수환 PD의 이력이 놀랐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행보는 故 이태석 신부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그는 남은 생을 한 사제가 전한 네 개의 메시지, '참을 수 없는 이타심' '죽음을 잊은 용기' '헌신적인 실천' '섬기는 마음'을 세상에 알리는데 전념하고 있다 한다. 故 이태석 신부를 잘 모른다. 개봉했던 도 TV 방영한 다큐멘터리도 보지 못했다. 그냥 아프리카 어디에서 봉사하다가 죽었다더라 정도로만 흘려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이 쓰였다. 내용은 어려운 가르침도 없고 이해 못 할 난해한 철학도 없다. 그런데도 눈앞이 자꾸 흐려지는 통에 책 한 장 넘기는 게 쉽지 않더니 결국 터져버렸다. 때문에. 그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난데없이 .. 2024. 3. 3.
[인문] 글쓰기 교본의 정수 <선택받는 글쓰기> 표지에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라고 자신 있게 박아 놓은 문장에 눈이 부셨다. 이 책 한 권이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꿈이 시작되려나 싶다. 저자 유수진은 시문학 신인 우수작품상 이외 여러 시와 소설로 상을 받은 작가다. '자꾸 변명 같은 문장을 슬쩍 끼워 넣고 싶었다'라는 시적인 문장이거나 '그나마 발목에 달린 방울 소리가 경쾌해서 언덕을 오르는 일이 아름다웠던 거야'라는 문장은 급한 마음에 걷다 자꾸 문턱에 걸리는 것처럼 턱턱 걸렸다. 그런 그의 경험을 담은 글쓰기가 기대됐다. "나도 반짝이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서, 건전지가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이러쿵 저러쿵, 주저리주저리 생각하고 늘어놓는 일, 그것이 바로 글쓰기다." 24쪽, 객관적인 상관물이 무엇일까? 건전지 .. 2024. 2. 29.
[인문] 인생 나침반이 되는 책, 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그의 전작 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1초 만에 사라지는 고민이라면 애초에 고민도 아닐 테지만 그의 간결한 조언은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효과가 있다. 어디에서 조사한 건지 모르겠지만 방송에 복면을 쓰고 등장해서 그런가? 토미는 복면 의사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튼 독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정신과 의사로 뽑힐 만큼 SNS에서도 유명세를 치르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다. 그런 그가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이란 부제로 그동안 SNS에 올렸던 우울, 불안, 용서, 인간관계 등에 대한 짧은 글들 모았는데, 내담자와 상담하며 깨달은 것들을 짧게 메모 형식으로 기록한 잠언집이다. 독자에게 '산다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어 때론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방향타가 되어 주고 싶었다 한다. 4.. 2024. 2. 26.
[소설] 반려동물 집사 필독서 - HUBRIS, 휴브리스 묘한 제목에 끌렸다. '나를 찾아 달'라는 부제 역시. 제목 풀이를 보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의 신을 향한 오만함으로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결국 다른 대륙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스터리 소설로 제목부터 흥미롭다. 동물이 인간의 언어를 알게 된다면? 이란 상상력으로 탄생한 통역기 같은 MLF은 흥미롭지만 줄곧 '어떤 질문을 할지'로 귀결되는 내용이나 찬반 토론의 논리의 수준은 좀 빈약하게 느껴져 살짝 김빠진다. 게다가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서 인간들이 좀 배려하고 노력하자"라는 유기견 3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패널로 등장하는 인물의 말은 이미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오만한 시혜다. 또, 좀 더 키우기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나 말을 잘 듣게 만들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 2024. 2. 22.
[에세이] 이방인의 생존 기록, 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우리에게 회복력이란 고결한 특성이라기보다는 억압받으며 강요당하는 삶의 방식이다. 적응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8쪽, 우리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저자 에리카 산체스. 멕시코 이민자의 딸이자 시인이고 소설가이면서 드폴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멕시코계 미국 이민자 여성의 정체성을 그린 를 썼다.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이걸 읽고 앉아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의 질의 안녕과 HIV에 걸려 죽으면 집안 망신이라는 둥 시답지 않은 농담이 페이지를 채우는 동안 나는 세상 모든 HIV 유병자가 들었다면 솔찬히 마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아울러 좀 삐딱한 시선이 되고 말았다. 암튼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의 자위와 문란한 성관계로 야기되는, 말하자면 낙태 같은 일들이.. 2024.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