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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괴짜의 삶치,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예전에 '3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잘한다'라는 컴퓨터 관련 시리즈 책으로 온 국민을 컴맹 탈출 시키려 애썼던 장본인이기도 하고 개그맨들이 멘토로 꼽는다고 해서 모르는 사람 빼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가 그의 이야기를 썼다 해서 호기심이 났다. 또, 스치듯 본 추천사에서 '농담이 깊어지면 이런 여운을 남긴다'라는 문장에 홀리기도 했고. 남인숙 작가를 깊은 여운에 빠트린 농담을 찾아 지구로 간다. 작가 소개를 볼 필요도 없는 작가지만 그래도 어떤 기막힌 농담을 던져 놓았을까 싶어 펼쳤다가 느닷없이 뒤통수가 쎄 해지는 질문을 봤다. "심심하십니까?" 코 찔찔 하던 나이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심심했던 순간이 있었나? 대학 가랴 취업하랴 돈 벌고 놀 시간 없이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가장이라고 더럽고 치사해도 월급.. 2024. 1. 8.
[자기계발] 집 나간 집중력 되찾기! 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저자는 24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는 눈앞에 놓인 일에 그저 집중하는 것이라며, 정보의 홍수, SNS 중독, 부정적인 미디어 뉴스와 기사 등에 휘둘려 내 시간을 빼앗기는 문제에서 벗어나 몰입이 주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 학창 시절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친구가 부러웠다. 나는 공부는 커녕 책도 읽지 못했다. 요즘은 집중력이 떨어져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하는 싱글태스커라고 하기도 어정쩡하다. 어쨌거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자니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저자는 이렇게 집 나간 집중력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정보 수집에 목메는 이유가 알 수 없는 미래와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을.. 2024. 1. 5.
[시] 감성 시집,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시집을 선물 받았다. 나이프가 그려진 자줏빛 시집을. 제목도 의미 심장하다. PK는 뭘까? 암호를 해독하듯 시집을 펼쳤다. 한편 한편 넘기는 시가 무겁다. 예삿 시쯤이겠거니 했다. 편견에 휘둘려 그랬다. 군댓밥 먹는 군인이 그것도 중사면 꽤나 많은 짬밥을 먹어야 했을텐데 감수성이, 아니 시상이 붙어 있겠어? 라고 생각 했다. 싸보여? 라고 묻는데 내 생각이 싸도 너무 쌌던 탓에 부끄러워 화끈거릴 지경이었는데 넘기는 시마다 직설적이고 얼핏 냉소적이기도 또 한편으론 애틋한 시인의 마음이 절절했다. 아버지라 대놓고 달아놓지 않았어도 적막한 밤 그늘에 스러져 있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채버려서, 그래서 목울대를 건드리는 시는 갑자기 흐려지는 통에 잠시 쉬어 가며 읽어내게 했다. 망설였다. 그가 사막처럼 울었던 어린.. 2024. 1. 3.
[예술]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 지우개 유혹됐다. 파우스트를 환락의 구렁텅이로 이끌었던 그 악마의 유혹과 지우개라니. 제목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나이 들고 더 이상 없어졌다 싶었던 호기심이 발동했다. 더구나 아동청소년 영어교육 드라마를 개발하는 작가 겸 프로듀서 일을 십수 년 하고, 임신과 더불어 공황장애까지 겹쳐 비자발적 전업주부가 된 작가가 고전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얻어 써낸 글이라니 놀라기도 하고. 표지도 그렇고 기억을 잃어가는 '상실'에 대한 단편을 모은 소설인 줄 알았다. 한데 2013년 한국문학예술 드라마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를 포함한 5개의 드라마 시나리오 모음집이다. 과거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때,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를 써보겠다고 용쓰던 기억이 살아났다.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읽을 만큼 순식간에 끝을 봤.. 2023. 12. 29.
[에세이] 양극성 장애의 감각들,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떡볶이와 죽음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던 백세희 작가의 이야기나 정신 병동에도 아침이 온다고 힘주어 보여주던 드라마처럼 양극단을 오가는 조울증이 보여주는 세계는 내게는 이해와 공감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멘탈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닌데 잘 무심해지기 때문일지도. 를 읽으면서도 원래 사는 게 만만치 않고 보통의 삶도 버티는 게 죽을 만큼 힘든 거 아니냐고, 다들 그만 그만한 관계의 상처를 내고 입으면서 온몸이 너덜너덜 한 채로 버티는데 뭘 그리 유난일까 싶기도 했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공감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1형과 2형의 차이가 뭔지, 우울과 우울 삽화의 차이를 모르지만 2형 조울을 10년 넘게 앓고 있고, 먹고 살기위해 의사라는 신상을 가린다는 귀여운 고백을 앞세운.. 2023. 12. 26.
[소설] 팩션 소설, 장하리 정치에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적인 나로선 정치는 예술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썩 와닿진 않았다. 물론 선의 정치라면 다행이겠지만 한국의 정치가 언제고 그런 적이 있던가. 대부분 정치인이 펼치는 예술 따위가 내로남불식이다 보니 동전 뒤집기 마냥 선악은 그때그때 다른 게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저자가 정치인의 입장에서 정치소설을 썼다 하니 궁금했다. 이쪽저쪽도 아닌 그렇다고 회색론자라고 하기에도 정치에 갖는 관심 정도가 바닥인지라 나는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정의를 배우며 자랐다, 라는 식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내용이 씁쓸하다. 바라건대 내 잘못은 없고 다 네 탓이라는 이야기가 아니길. 참 많이 억울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검찰개혁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검찰 총장의 징계가 결정되고 그 여파로 자신이 경질되는 정.. 2023.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