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영화의 정형성을 탈피한 영화가 아닐까. 특별히 가족 내 갈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이리 눈물 콧물 짜게 만드는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개연성 떨어지는 가족을 이리저리 갈등을 만들어 억지스럽게 신파로 만들지 않아서 더더구나 맘에 들었다.
코믹스러운 애드리브를 자제하는 성동일의 복잡 미묘한 표정 뒤에서 느껴지는 감정 연기도 일품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첫 장면에 '찌릿'한 눈빛 연기를 보여준 담보(박소이)에게 반해 버렸다. 귀여운 그렘린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 인상적이다.
허당끼 다분한 2인조 사채 추심원으로 분한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의 조합에 시종일관 애드리브 남발에 코믹만 추구하는 게 아닐까 싶어 불안했다. 성동일은 또 그게 맛이니 없어도 밍숭 하고 참 난감하긴 하지만. 시작은 돈 75만 원에 가족이 해체당할 수 있고, 이 세상천지에 그 돈을 빌릴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이 시대의 절규가 묵직했다.
어찌 보면 혈연으로 묶어버리기엔 너무 복잡해진 세상이라서 '가족'의 구성은 징하게 타고나는 '피'가 아니라 층층이 쌓아 올린 '정'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다. 왜 '학교라도 보내야 할 것 아니냐'라며 교육에 집착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밑바닥 인생에서 성장을 확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서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승이와 두석의 관계 변화에 집중하면서 등장하는 반전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툭툭 튀어나와 눈물 쓰나미를 몰고 와서 난감할 정도였다. 여기저기 꺽꺽 대는 바람에 아내에게 또 놀림을 받았다. 어쨌거나 특별한 갈등이나 감정이 요동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몰입할 수 있다.
정말 정말 심하게 옥에 티를 잡아야 한다면, 두석의 실종과 기억 상실 장면이 조금 부자연스러워 손톱 밑 가시처럼 아주 작지만 따끔거렸다. 그럼에도 놓쳤으면 참 많이 아쉬워했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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