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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정신/심리] 나만 바라봐 - 주목받지 않으면 못 견디는 현대병, 경계성 인간 분석서

by 두목의진심 201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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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뒤표지에 '지금 이 시대에, 이런 사람들이 왜 이렇게 급증하는 걸까?'라는 문장이 확 들어왔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 이란 생각이었고 바로 이어 '급증'이라는 단어에서 '발달 장애'가 떠올랐다. 그래서 직업은 못 속이나 보다.


복지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 책에 소개되는 유형의 사람들을 꽤나 자주 만난다. 그나마 비교되는 사람들이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들이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비슷한 유형의 불안한 심리적 기저를 다룬 저자의 또 다른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을 읽었던 터라 더 흥미로웠다.


'경계성 Borderline' 심리 장애, 신경증은 아니며 정신병과는 구분되는 '증후군'이라고 정의하는 이 상태는 '누구나 경계성 인간이 될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이 마치 선언처럼 들린다.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고,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되는 대하기 '곤란한' 사람들 일수 있지만 이들과의 만남은 점점 일상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경계성 인간을 둘러싼 오해 가운데 하나는 이 장애를 '처치 곤란한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라기보다 어느 계기를 통해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p30


사회 속에서 밀어 닥치는 어마 무시한 스트레스는 유전적 소인과는 별개로 사회적 환경으로 정신질환이 무척 늘어나고 있다. 딱히 정신 병원에 입원하지 않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대화하기 곤란한' 혹은 '대응하기 곤란한'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다. 화가 아니라 분노에 가깝고, 감정의 변화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 어쩌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나도 그럴지도.


읽다가 "지금 헤어지지 않으면 당신은 틀림없이 나를 싫어하게 될 거고, 나를 못 본 체하게 될 거야."라는 문장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방지턱에 놀라 멈춘 것처럼 멈췄다. 그리고 첫눈이 내리던 화양리의 한 공원 놀이 기구 앞에서 가슴이 터질 듯 설레던 고등학교 2학년 때의 한 장면이 소환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였고 하늘에서는 주먹만 한 눈이 쏟아지는 동화 같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용돈을 모아 유행이던 거대 토토로 인형을 사 들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를 만났다. 내 인생의 첫 여자친구였다. 하지만 만나자마자 슬퍼하는 표정이나 기색은 전혀 없이 건조한 말투로 "오빠 우리 그만 헤어져"라는 말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얼이 빠진 채 "왜?"라고 물었고 그저 '싫증이 났고 지금 헤어지지 않으면 자기에게 더 실망하게 될 것'이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거대 토토로는 등에 매고.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해졌다. 아니 이런 경계성 인간이 궁금해졌달까.


자살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자신이 죽었을 때 "엄마가 자신의 장례식에 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고교생의 사례 등 이 책은 많은 사례를 통해 '경계성 인간'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꽤나 많이 담고 있다. '분석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꽤나 전문적인 심리서처럼 느껴져 읽어나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실제 주변에 이렇게 극심한 감정적 변화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기에 저자의 연구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5장 이후 유형별 경계성 인간에 대한 특징이나 대처,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해서 꼼꼼하게 읽게 된다. 하지만 제목처럼 자신을 향한 '관심'에 갈급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기 보다 불안한 성장기를 거치며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인격장애는 관계성의 장애이기 태문에 자기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성질이 있다. 그만큼 도움이 될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바꿔 말하면 관여 방식에 따라 어떤 길을 걷게 될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p187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나는 이런 유의 사람들 역시 누가 어떻게 관계를 맞느냐에 따라 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조언에 심적 부담이 생긴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다고 느끼면 분노하고 자신의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분 간격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들. 또 관심을 보이면 과도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망상으로 치닫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진심으로 그를 위한다면, 썩기 시작한 한쪽 다리쯤은 잘라낼 수 있다는 각오"가 때로는 필요할 정도로 자신의 일은 자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돕거나 "규칙을 어기는 경우 도와주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확실히 하거나 위험한 경우 입원 혹은 더 강한 치료를 받게 하겠다"라는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과 함께 "그것은 병이라기보다 한 인간이 지금까지 짊어졌던 것을 일단 청산하고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 재생하기 위한 시련"이라고 하며, "경계성 인간은 위기의 시대를 잘 극복하기만 하면 반드시 회복된다."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책은 '경계성 인간'에 대한 자세하고도 쉬운 설명이 끝까지 이어진다. 거기에 대응법이나 개선책을 포함한다. 하지만 상담가나 치료사 수준의 책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늘어난다고 해도 모두 의사나 치료사가 될 수 없다.


저자가 조언하는 이런 대응이나 개선책들을 토대로 어설픈 수준의 해결을 해보려 시도하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 주위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폭넓게 이해하거나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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