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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심리/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by 두목의진심 2018.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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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력이 뭘까 궁금해서 덜컥 구입해  단숨에 읽어 버렸다. "아무 사심도 없이 누군가의 마음에 공들여 다가가고 싶다."라고 시작하는 그녀의 일상에 대한 기록을 흑심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공들여 읽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에 더구나 공적이든 사적이든 관계를 쌓는 일에 사심이 없을 수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인생은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유무형으로 배워왔는데 '사심 없이' 그것도 '공을 들인'다니. 참 따뜻하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전력으로 공을 들인다는 말이 너무 좋다. 이런 여자에게 흑심 없이 시작할 수 있을까 싶다.

천잰가? 상담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하지? 녹음? 내용보다도 이 생각이 줄곧 따라다녔다.(뒤에 일상을 거의 녹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쨌거나 작가와 유사하게 자신의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던 <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가 생각났다.



"나를 편하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계속 찾는 건 중요해요." p74


읽으면서 '나하고 똑같네!'라는 생각보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작가도 스스로 밝히기도 하지만 어쩌면 약간은 유난스러움을 장착한 징징스러움이 살짝 묻었달까. 그렇다고 그녀의 힘듦이 별거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녀에겐 이미 너무 지치고 힘들 거란 걸 안다. 하지만 그런 힘듦의 강도는 나와는 다르다는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나'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은 김국환의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알겠냐'라는 노랫말처럼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이고 나 역시 나를 잘 몰라 겪는 혼란스러움으로 때때로 우울을 겪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좋은 아빠'라는 존재의 환상에서 질척댄다. 될 수 없는데 되려고 부단히 애써야 하는 수고로움이랄까.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무가치적 존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두려움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버티는 중이다. 나는 어쨌거나 아빠도 처음이고 좋은 아빠가 없었다. 그래서 배우지도 못했다. 그래서 점점 입을 닫고 '아빠'를 혹은 '나'를 모른다는 핑계를 찾는다.



"아마도 삶은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 같다. 받아들이거나 내려놓는 건 삶의 특정한 시기에만 꺼내올 태도가 아니라 평생 살아가며 연습해야 할 과제라는 느낌이 든다. 있는 그대로의 찌질한 나를 받아들여야 있는 그대로의, 그러나 노력하고 하는 찌질한 상대 역시 받아들일 수 있다. 내게 가하는 과도한 자기검열은 상대에게도 그대로 가해지고, 끝없이 상대를 평가하고 내 기준 안으로 속박시키려고 한다." p171


작가의 글에 아니 고백에 '능력 있는 후배를 보며 부러워하다가 지방대라는 학벌을 보며 위안을 찾거나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가 명문대인 학벌에 기가 눌렸다'라는 말에 우습게도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나도 그때 그런 내 모습이 참 많이 찌질하긴 했었다.


어쩌면 이 책은 본편과 부록이 뒤바뀌어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본편에 수록된 치료 일기가 부록이고 결국 하고 싶은 본 마음은 부록에 담았을지도 모르겠다. 위로받기보다 위로해주고 싶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그렇지만 돌아보면 이도 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게 되는 느낌이 드는 묘한 책. 단숨에 읽었지만 여러 날 곱씹으며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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