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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소설] 숲속에 잠든 물고기

by 두목의진심 2018.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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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이란 영화를 보며 '답답하고 무겁다'라는 리뷰를 썼었다. 전업주부의 일상의 무료함으로 시작된 영화는 끝도 없이 치닫는 욕망으로 파국을 맞는 것으로 끝을 맺는 그런 내용이었다 기억한다. 이 영화의 원작자라니 내용이 궁금했다.

게다가 '물고기가 숲속에서 잠들었다'라는 제목도 흥미롭다. 물이 아닌 숲에서 잠든 물고기는 이미 길을 잃었다.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헤맸는지 숲에서 잠까지 들었다니. 읽기 전부터 진이 빠지는 느낌. 그리고 '옮긴이의 말'은 앞쪽이 아니라 뒤쪽에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미 다섯 여인의 심리적 갈등이 예측되어 버렸다.


"사실은 무서웠어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도 가는 건 이 아이인데 저 자신이 한 번 더 반복해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전보다는 훨씬 잘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무서웠어요.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나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할 수 없는 사람, 동경하게 되는 사람, 질투가 나는 사람, 그런 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런 건 나와는 관계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을 수 없다는 것이 무서웠어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을 갖고 싶어 하거나 갖고 싶지도 않은 것에 안달하거나, 그런 거, 히토미 씨도 그랬던 기억이 있나요?" p94


이 문장을 읽으며 어쩌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다시 한번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힘들게 느껴지는지도. 가끔은 웃고 행복한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힘겹고 지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 않았던가.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친구라 할지라도 알게 모르게 경쟁하고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경주마처럼 인생은 그런 것이라 각인해야 하는 일. 그걸 아이를 통해 다시 한번 경험하는 일이 숨이 막히게 하는 것일지도. 아무튼 삶이란 잘 모르는 타인과 잘 알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관계라는 점이 요타의 마음으로 분명해졌다. 그래서 아프다.

자신의 이야기, 의견을 말하는 일에 "용감해지는 거야!"라는 다짐을 해야 할 정도로 다른 이들의 다른 생각들에 휩쓸려 주눅 드는 히토미와 치카의 속내가 직장에서 늘 겪고 있는 내 일들과 연결 돼버려 뭔가 들킨 듯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사람은 불필요한 불행을 짊어진다." p165


8학군. 내가 학창시절엔 이 학군에 있어야 소위 명문대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과열된 학군풍이 있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강남이나 대치동 학원가의 입시 광풍이랄까. 이런 입시를 둘러싼 맘친들의 눈치 보기는 결국 다 함께 할 수 없는 여러 사정으로 인간성의 발현을 발견하게 되는 것으로 치닫는다.

섬세하고 치밀한 표현이 놀라울 정도다. 특히 가즈토시가 다른 아이보다 더디다는 느낌이 확실해지는 걸 모른 채 할 수밖에 없는 요코의 자격지심으로 피폐해지는 심리묘사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다른 성장 배경, 경제적 상황, 욕망 등 각기 다른 다섯 명의 동네 맘친의 이야기를 이렇게 소름 돋는 스릴러 장르로 만들었을까 싶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불안함에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감정이 휘몰아쳐 끝까지 조마조마했다. 숨이 멎을 정도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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