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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심리/에세이] 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by 두목의진심 2018.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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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공헌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아직 건강한 사람들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p9


참 공감되는 말이 아닌가. 정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가치 있는' 존재다. 장애가 있든 없든. 어쩌면 장애란 살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의 어느 하나씩 잃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누군가(심지어 사회복지사였다) "장애인도 일을 해야 가치가 있다"라며 목에 핏대를 올리며 열변을 토하던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회보장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사는 장애인을 '놀고먹는 사람'으로 이야기하던 그에게 아무리 인간적 '가치'를 설명해도 그는 "그건 네 생각이고"라며 귀를 닫았다. 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문장이다.

2장 '어제 못한 일을 오늘은 할 수 있다'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잘하는 짓일까?'라는 질문을 줄곧 머릿속에 담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잘 한 짓일지 몰라'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내 나이 이제 쉰. 열심히 공부할 시기에도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내가 공부를 이 나이에 하겠다고 결심하고 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나서 '잘한 짓일까?'라며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막상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자 졸였던 마음은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몸으로?'라는 걱정이 들어 망설이고 있었는데 힘이 난다. 저자가 말하는 '다시 힘을 내 볼 용기'가 필요한 시기였을지도.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중략) 어떤 인간관계도 어느 한쪽이 다가서지 않으면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상대를 바꿀 수 없다면, 나 자신이 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p121


답답하고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몇 번을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는다. 되려 본인은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돌아버릴 지경이었는데 결국 내가 바뀌어야 내 속이 편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도 왠지 억울하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희망과 기대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며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거나, 누군가로부터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p160




이 책은 타자에 대한 깊은 공감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자신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타자는 결국 가족부터일지도. 저자는 껄끄러웠던 아버지를 간병하면서부터 느꼈던 감정적 변화와 나아가 가족과의 관계 등을 이야기하면서 궁극적 행복은 "생산성"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무엇을 해왔고, 하고 살았는지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나' 스스로가 중요하다는 것. 행복은 결코 성공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살 수 없고 그럼으로 자신의 행복이 더욱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행복해야 타인에게도 행복하게 '공헌'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따뜻한 공감을 준다.

책을 다 읽은 후 제목이 왜 '마흔에게'일까?라는 생각을 곰곰이 했다. 저자가 경험한 삶의 경계였던 나이도 쉰이었는데. 혹시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라는 '불혹'의 의미일까? 어쨌거나 '나이 든 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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