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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정신] 발달장애를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

by 두목의진심 2018.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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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주의력결핍과잉장애(ADHD), 대인 기술과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아스퍼거증후군, 읽고 쓰기 등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습장애 등을 총칭하는 '발달장애'"

현대 장애인 복지에서 중요한 축이며 장애 패러다임의 변화까지 만들어 내는 이슈 중에 발달장애가 있다. 그래서 발달장애에 관한 관심과 고민으로 이 책 <발달장애를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을 읽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여는 글>을 열자마자 ‘문제’에 맞닥뜨렸다. 


아주 자주 '욱'하는 성격인 나는 성격의 문제로 치부했다. "지랄 맞은 성격 탓"이었던 것이다. 전혀, 단 한 번도 발달장애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복지관에서 매일 만나는 발달장애인들의 '욱'하는 행동은 '도전적 행동'이라 여기면서 힘들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의 '욱'은 나의 '욱'과 어떻게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일단 생각이 나면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잘 못해요."

저자는 책을 통해 '발달장애'라는 명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밝힌다. "장애라는 말이 오해와 편견을 불러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라는 이유에서다. 적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어째서 굳이 부정적인 장애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할까. 책 내용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발달불균형증후군'이라는 저자의 명칭이 적절하지 않을까.

"인간의 뇌에는 ‘필터 기능(선택적 주의 집중 기능)’이 있다. 밖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 가운데 필요한 것만을 선택해서 사고 활동을 담당하는 전두엽으로 보내는 기능이다." 65, 이런 사람이 발달장애일지 모른다 

이런 '선택적주의집중' 즉 쏟아지는 정보를 귀담아들을 수 없는 주의산만한 사람들 중 일부는 "소리에 민감한 청각과민 현상을 보여 공황상태에 이르기도 해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차단하려고 귀를 틀어막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의산만', 국민학교 6년 내내 통지표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내 나름 주의산만을 '창의력 높은'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했었다고나 할까?

"발달장애인은 때때로 굉장히 독창적이다. 무계획적이고 주의가 산만한 와중에, 섬광처럼 번쩍이는 재능을 보여줄 때가 있다. 보통 사람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튀어나올 것 같지 않은 생각, 게다가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력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다." 82, 이런 사람이 발달장애일지 모른다



이 책의 특징은 발달장애인 대한 접근을 병리학적 측면으로 시작하지만 아동기의 유병적인 부분에서 성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거의 모든 상황들을 거론하며 일반화로 해석한다. 또한 자폐스펙트럼 범주에 있는 다양한 유형들을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어쩌면 나도?"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유적적 소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성장기에 환경에 영향을 받아 드러나기도 한다"라는 저자의 지적은 발달장애를 굳이 질병의 범주가 아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로 생각하게 한다는 긍정적 공감을 주고 있다.

또한 눈여겨볼 것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일반적으로 자폐성 장애로 알고 있는 아스퍼거증후군의 차이를 명확히 해주고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특이한 사람들이 아닌 주변에 많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이 밖에 아동기에 유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간단하게 체크해 볼 수 있는 ADHD와 아스퍼거증후군 검사 자가 테스트도 담았다. 

"여기서 반드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유전적 요인이 있으니 반드시 그 증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어나기 쉬운 경향이 유전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158, 발달장애는 왜 생기는가 

ADHD의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은 그냥 방치한 채로 성인기로 접어들면 이차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발달장애가 불치의 영역이아닌 난치의 영역임을 확실히 한다. 당사자의 어려움을 비롯한 주변인의 중요성을 포함한 증상 및 치료와 약물 나아가 취업과 결혼에 이르기까지 발달장애에 관한 포괄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발달장애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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