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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심리]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라면 굳이 그 인연을 끌고 갈 필요가 없다

by 두목의진심 2017.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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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라는 책을, 무려 "리커버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을 선물 받았다. 보라색 양장이 꽤나 고급지다. 표지에 하트 하나가 그려져 있고 아래쪽으로 눈물방울이 그려져 있다. 의미심장하다.

"바라는 게 없으면 실망도 없다."


우린, 아니 나는 이 말을 자주 한다. 특히 누군가와 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나는 우리 애한테 바라는 거 없어요. 그저 건강하고 친구들 하고 잘 지내고 공부 조금 하는 거 정도예요."라는 말을 아니 거짓말을 눈 하나 꿈적하지 않고 하곤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무언갈 바란다. 

말 안 해도 스스로 방 청소를 잘하길 바라고, 어른들께 인사를 잘 하길 바라고, 가끔 공부라는 것도 하길 바라고 심지어 결혼기념일이나 어버이날 같을 때는 선물을 바라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바라는 게 없으면 좋겠다"라는 게 이미 바람일지 모른다. 그저 '바라기 전'에 알아서 '잘 해주길' 바라고 있는 거 말이다.

"상처는 정작 가까운 사람이 준다"라는 저자의 말에 내가 우리 아이들에 상처를 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마음을 어지럽게 만든다.

긴 숨을 들이 마시고 읽는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어내려 가는 동안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하게 된다. 미혼모에 노숙인의 삶, 다시 한번 카디자 윌리엄스의 이야기에 삶에는 다양한 장애가 있으며 그런 삶의 장애가 스스로의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은 내 삶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솔리튜드', 즐거운 고독의 시간을 많이 가진 사람은 마음의 부자다. 타인에게 쏠려 있던 관심을 내 쪽으로 전환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82, 우리는 모두 별이다, 반짝일 권리가 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앞서 '나'를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거침없이 읽어 내려가는 눈길을 멈추게 한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타인에게만 이유를 돌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관계가 제목처럼 단방향의 일방적이면 상처로 되돌아올 수 있는데 말이다. 누군가를 불편해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 역시 나를 불편해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완벽한 끝은 존재해도 완벽한 시작은 존재하지 않는다." 143, 완벽한 시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런데 어떤 일을 시작하기 앞서 문득문득 주저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때는 십중팔구 해보고 싶은 일이거나 해야 하는 일인데도 '아직은'이라는 생각이 멈칫하게 만든다. 그 준비되지 '아직은'은 사실 애초부터 준비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미 준비되었지만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시작은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계의 밀도가 중요하다는 것쯤은 웬만하면 안다. 나도 안다. 그런데 저자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사회에서 만난 친구와의 관계를 정의한다. '기브 앤 테이크 Give & Take'가 확실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오랜 친구가 무조건 더 좋은 건 아니라고 한다.

난 그 기브 앤 테이크가 싫다. 뭔가 받으면 뭔갈 내어 놓아야 하는 '이해관계'는 진짜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에 친구에 대한 생각이 흔들린다. 역시 나는 귀가 얇다. 어쨌거나 나이 오십에도 친구는 어렵기만 하다.

5장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를 읽으며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말이 되니."라며 힘들고 지친 기색이 완연한,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목소리에 잔뜩 묻은 박원의 노랫말이 떠올랐다. 사랑은 타인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일정한 합合을 이루어야 하는 일이다. 결코 일방적일 수 없는데 저자는 이별 앞에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그만두는 건 노력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라고 조언한다. 과연 사랑을 노력해야 하는 일일까.

"꼭 가슴이 뛰고, 이 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꿈만이 꿈이 아니다. 싫지 않고, 본인이 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훌륭한 목표고, 꿈이다. 잊지 말자.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평생 꿈인지도 모른다." 257,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지 모른다.

"꿈은 판타지가 아니라 밥그릇이어야 한다." 258,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할지 모른다

꿈과 취업에 대한 조언을 읽으며 고통에 가까운 현실에 실패를 먼저 경험하는 청춘들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아프고 힘들기만 한 청춘들에게 "힘내"라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라 폭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깜깜한 현실 위해서 그들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할지 함께 고민하게 한다.

이 모든 위로의 말이 대상이 없이 공허한 위로가 되는 게 아니라 나에게 혹은 청춘에게 혹은 관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타인보다 내가 중요하다는 막연한 위로가 아닌 스스로 이겨낼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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