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라지지도, 어디로 가지도 않아. 길을 알아낼 때까지 영원히 이곳에 있어야 해. 그러니 제발 좀 말해 줘."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일 정도로 위태로운 소설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를 읽었다. 내용 자체도 생경했지만 독자가 썼다는 마지막에 붙인 "작품 해설" 역시 그랬다. 그 독자는 또 다른 독자에게 묻는다. 이 책을 "왜" 읽게 됐냐고. 그러면서 제목의 어느 부분에서 끌렸으며, 어느 부분에서 호기심을 혹은 불편함을 느꼈는지도 묻는다. 나는 어디에서 끌렸을까.
마흔여덟 번째의 면접을 무난히 수행하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려 했던 M이 결국 더 이상의 면접을 거부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을 불안하고 위태롭게 그렇지만 치열한 취업 전쟁을 치르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관문인 면접을 통해 현대 사회가 통념적으로 행하고 있는 "검열"을 시각화한다.
면접처럼 애초에 부당한 것이 있을까. 상대는 내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난 그들이 어떤 질문을 통해 나를 검열할지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선 그런 부당한 일을 거쳐야 하고 과자를 팔아야 할 사람에게 벽돌을 쌓는 일을 시키며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려 하는 이 부당함.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M은 "제자리에서 잘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순정 부품 마크를 받을 수" 있는 연수원에서 원치 않은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 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직은 정보 하나가 M에게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위치"를 잃는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독자에게 던지고 있지만 관객이나 독자 역시 자신의 위치를 이해하고 있지 못해 M의 질문에 무관심하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이 시대에 다양한 관문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M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가슴 아프다. 독특하고 매력적이며 몰입도가 높아 읽는 내내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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