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심리] 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by 두목의진심 2017. 12. 20.
728x90



삶은 내가 원해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마무리하는 시점을 내가 정할 수도 없는 불가해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태어나 알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인간은 앞을 예측하려 하고, 자기 뜻대로 하려 하고 마음에 맞지 않으면 돌아서거나 못 본 척하지요.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예측하는 뇌를 가진 덕분에 이런 부작용(?)고 떠안게 된 것이죠. 인간은 애초부터 매 순간을 온전히 살기가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하도 힘겨운 세상이다 보니 그런 힘듦에 관한 심리적 책들의 화두는 "타인의 감정이 아닌 나의 감정이 중요하다."라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를 챙기는 이유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만 담겨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내 마음을 읽는 시간>이라는 책을 주문해 버렸다. 아직 나는 '나'를 모르기 때문에.

본문을 딱 두 줄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에서 머리에서 쿵 소리가 차례로 울렸다. "우리는 대게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라는 문장에서 그랬다.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동료, 이웃 심지어 오랜 친구 사이에서도 이 불편함이 싫어 마음 표현을 '달리' 한 적이 숱하다. 여전히 그러고 있기도 하고. 결국 나란 사람은 저자가 말하는 '자기분화'가 덜 된 거일지도.

책은 직장생활의 건강도, 심리 측정 등 다양한 자기 체크 리스트를 통해 스스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자가 연습을 통해 마음 챙김을 할 수 있는 연습 법도 소개하고 있다. 조용한 시간을 틈타 혼자 연습을 해보니 거참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는 얼마쯤일까요?" 60, 애착

마음 챙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아이들과의 관계와 회사에서 동료와 관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그런 상황을 '회피하려'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사회라는 틀 안에서 단절을 결단할 수 없다면 어절 수 없는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게 숙제처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다. 도대체 그 '사이'는 꼭 좁혀야 하는 걸까?

77쪽의 <친밀감을 주지 못하는 부모>를 읽으며 나는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끈끈하지는 않더라도 녹진하기라도 하다면 좋으련만. 여하튼 좋은 아빠가 되려는 생각과는 다르게 참지 못하고 울컥해서 고함을 질러대는 나를 '조망'할 때마다 속상해하는 일이 반복된다.

"내 마음을 내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 적절하게 위로받는 것도 쉽지 않다." 111, 정서 분별

심리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뇌과학, 혹은 신경과학에 관련된 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자세한 과학적 접근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런 과학들이 심리학과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지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솔직히 좀 어렵지만 나름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지적 자극을 준다.


"항상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고 싶다면 마음 챙김을 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에 오고 가는 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기 때문에 때론 불편하고 불쾌한 것도 만나게 되지요." 169, 마음 챙김
"마음 챙김이란, 마음이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고, 멈추고, 여기로 돌아오게 하는 것'의 연속이다." 239, 자기 자비

모든 것에 지치고 무기력해져 놓고 싶은 것 그로 인해 무작정 산속이나 기다리던 바다에 닿아 머리를 식히는 그런 힐링은 마음 챙김과는 다르다는 저자의 지적을 생각한다. 마음이 오가는 것, 그런 모든 것을 다 '알아차리는 것'이 진정 마음 챙김이라는 것. 알듯 말듯한 이 모든 건 나를 들여다볼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무작정 타인의 감정보다 나의 감정이 중요하다거나 혹은 '나'를 챙기거나 들여다보라고 당부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어차피 인간은 타의에 의해 세상에 나왔고 매 순간 온전히 힘들게 살게 되어 있는 생명체이므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거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계획하면서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또한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지 말고 현재의 마음을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불편한 것은 불편한 대로 고스란히 느끼며 '나'를 챙기는 삶을 살라고 하니 어렵지만 그래보는 것도 좋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