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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공감//에세이] 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

by 두목의진심 2017.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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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모르는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많아진다.>라는 제목을 보고 무언가 흐릿해지고 잃어가고 있는, 치매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의 이야기인가 싶었다. 내가 나이를 먹는 것과 동시에 엄마는 나이를 한 움큼씩 쌓는 느낌으로 빠르게 늙어 가시는 게 아닐까. 죽음이라는 상실의 의미를 담고 싶진 않지만 요사이 엄마를 보고 있자면 먹먹해지는 무엇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때때로 내 눈에 엄마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135, 내 행복은 어디에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이지 않았다는 너무 뻔한 말. 그럼에도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을 거라고 생각해버리는 통에 엄마에게 기대고 받기만 하려 한 게 아닐까. 나아가 좀 막대해도 다 용서해주는 관계처럼 설정해버리기도 하고. 나이 사십이 넘어 오십이 가까웠지만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는 안쓰러운 자식일 뿐일지 모른다. 엄마에게 행복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살갑게 지내지 않았던 엄마가 어느 날 유방암이 발병했다. 저자는 수술과 완치를 경험하면서 엄마에게 느꼈던 애틋 함들이 다시 아련해지며 흐릿해질 즈음 다시 재발하고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이른 엄마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많은 부분을 자신의 딸 솔이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 자신 역시 또 누군가의 엄마임을, 엄마의 마음을, 아픔을 경험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웹툰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엄마와의 이야기 사이사이 짧은 만화와 단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뒤쪽에는 엄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정성스러운 그림으로 담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책은 꽤나 두꺼워 보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여러모로 엄마를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생전에 엄마가 좋아하시던 "너구리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라며 울컥했다는 저자의 말에 덩달아 울컥 해졌다. 엄마는 칼국수를 좋아하신다. 나는 그걸 알지만 엄마와 칼국수를 먹으러 간 기억이 없다는 걸 알았다. 내 아이들을 데리고 맛집을 돌아다니기는 했어도 엄마가 좋아하는 칼국숫집을 가보지 않았다는 무심함에 눈물이 났다. 이처럼 여기저기에서 마음을 콕콕 찔러대는 통에 읽다 말고 자주 고개를 들어야 했다.

"슬플 것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슴이 답답하고 답답하고 답답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런 것들이 정말 뼈저리게 느껴지면서 슬픔을 넘어 두렵고 무서웠다." 269, 그리고 열흘 뒤

아직 가족의 상실을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 가슴도 덩달아 답답해졌다. 얼마 전에 읽은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의 저자 역시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게 생각나 더 공감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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