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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대중문화/에세이]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 - 어느 TV 중독자가 보내는 서툰 위로

by 두목의진심 201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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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독특한 책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잖아>를 읽었다. 본인이 TV 중독자라 일컬은 저자는 대중매체 속 인물, 소위 말하는 연예인들을 통해 다양한 평론을 곁들인 위로를 전한다. 그게 딱히 가십거리로 전락한 연예인들에게 던지는 위로가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위치에서 "버텨나가"는 그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같이 "버텨나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한다. 넘치는 저자의 다양한 문화적 식견이 탐났다.


책을 읽다가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배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임시완을 통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갑질의 모욕을 다시금 곱씹으며 든 생각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직장이지만 상사의 어이없는 행동에도 웃는 얼굴로 받아내야 하는 일이나, 죽을 만큼 힘들지만 지친 내색을 하긴 아직 부모로서 걸어야 할 길이 멀기에 웃으며 현관문을 열여 젖혀야 하는 일이나, 아직 청춘의 흔들림을 감당하면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려 애쓰는 연인들이거나 혹은 아직 사표 하나쯤 가슴에 준비하지 못한 취준생의 조급함 등을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애써 감추고 웃어야 고 힘내야 하는 그런 일상의 배우들 말이다.


또 저자는 브라운관, 지금은 패널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저자는 TV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마냥 행복할 것이라는 속단에 경종을 울린다. 그들 역시 절박함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며 그 절박함이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그런 일로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이해하자는 마음을 담기도 한다.




그중에 내가 지독히 편향적 시선을 유지하는 젠더에 대한 부분을 뚜렷하게 개인적 성향이라는 점을 저자는 공고히 한다. 특히 희극인 김기수에게 꽤나 골 깊은 불신과 불쾌감이 있었는데, 가만히 돌아보면 그다지 개콘 이외에 그를 유심히 본적도 없었다. 다만 우연히 어떤 프로그램에서 짙은 화장과 여성스러운 몸짓을 부러 과장되게 하는 그를 보면서 느꼈던 거 같다. 불편하다고. 그래서 <고정관념을 흔드는 '고운남자'>를 읽으며 내 기준에서 김기수라는 한 사람을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옭아맸는지 새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제부터라도 젠더의 다양성을 공감까지는 어렵다하더라도 개별적 특수성은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인종차별 역시.


이처럼 이름만 대면 삼척동자도 익히 알만한 여러 연예인들의 비하인드스토리를 굴비 엮듯 줄줄 엮어내며 그 안에서 그들 역시 인간으로 가져야 하는 다양한 삶의 무게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독자들을 위로한다. 


"그렇게 존중받는 내일을 위해 존중받지 못하는 오늘을 견뎠다." 29, 외줄 위에 서서: 박지윤 


"내가 평가받고 싶은 진가와 세상이 날 바라보는 잣대 사이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줄 말이 하나 더 생겼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할 때 그런 고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세상과 부딪쳐 싸워서 바꿔낼 자신이 없다고 해서 너무 일찍 스스로 포기를 선언하진 말라고." 88, 나는 지금 나의 춤을 추고 있는 거잖아: 효연 


"하지만 사는 것은 언제나 내가 과거에 무엇을 이루었고 얼마나 성공했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의 문제다." 123, 나야, 강철의 소녀: 예은 


"좌절과 고난, 콤플렉스가 가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한 말이 되었다. 모든 이가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살아남는 데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극복한다 해서 당연한 성장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영자는, 그렇게 성장한다. 좌절과 고난, 콤플렉스의 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을 통해서." 261, 산전수전이 빚어낸 너른 품: 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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