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 Vegetarian] 관념적 이미지가 배제된 욕망에 집중되버린 영화

 

영화 <채식주의자>는 원작을 넘어서지 못하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소설에선 사람이 아닌 나무가 되어가는 아니 이미 나무가 되었다고 자의식 속에 뿌리내린 영혜(채민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간다면 영화에서는 영혜의 이야기를 형부인 민호(현성)의 시선으로 끌어간다는 느낌이다. 소설은 상당히 관념적이고 음습한 내용이 충격에 가까웠는데 영화는 욕망적 자극에 집중한다. 그런 관념적 부분이 비교적 충실하게 담겨 있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영혜나 언니 지혜(김여진) 혹은 민호의 욕망이나 내면의 깊이를 옮겨 내지는 못하고 민호의 욕망에 집중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영혜의 갑적스러운 변화로 과거든 현재든 줄곧 이어져 온 일상에 담겨진 폭력과 그로인한 상처 또 그 안에 담긴 관념적 이야기들. 생활력 강한 아내 덕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빈대 붙어 사는 것처럼 비치는 민호의 공허한 삶에 초점이 맞춰지며 예술가로서 자극이 사라진 일상에서 자신의 예술적 감각이 서서히 죽어가는 것에 초조해 하고 좌절하는 민호에게 갑작스러운 처제의 비정상적인 삶의 변화, 자해 그리고 우연히 접한 처제 엉덩이의 몽고반점의 존재는 사그러드는 욕망에 집중한다.

민호는 처제인 영혜의 몸에 꽃을 그려 넣고 영감과 욕망을 흔들고 확장 시킨다. 결국 남자 후배를 자신의 욕망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를 통해 완성 시키려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예술적 영감은 인간적 욕망으로 변질되고 민호는 처제를 탐한다. 그리고 영혜의 언니이자 민호의 아내인 지혜는 민호가 작업한 비디오를 보고 난 후 무너지듯 읊조린다.

 

"나쁜 새끼, 아직 정신도 온전치 못한 애를.."

 

소설에서는 느끼지 못 했던 지혜의 대사는 과정이야 어떻든 민호의 행위는 성폭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텍스트가 아닌 영상미가 주는 색다름과 몽환적인 느낌은 있지만 아쉬운 점은 소설을 보지 못하고 영화를 먼저 본다면 내용을 이해하기는 다소 난해하다는 것이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채식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