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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해어화: LOVE, LIES] 훔친 자들의 노래

by 두목의진심 201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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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유명 기생 학교 대성 권번의 조선 정통 가곡 정가의 명인 소율(한효주)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팔리다시피 권번에 들어온 연희(천우희)와 "하늘아래 둘도 없는 동무"가 된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재능으로 명인의 자질을 갖춘 소율과 그저 평범하게 간신히 몸 파는 기생이 아닌 예인으로 거듭난 연희의 이야기.

영화 <해어화(解語花)>는 두 개의 꼭짓점을 갖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정가"와 "가요(유행가)" 정확한 박자와 꾀꼬리 같은 음색의 장단을 맞추는 정가의 소율과 달리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조선의 목소리가 되어야 하는 연희의 내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물론 중심에 이 둘의 갈등을 부추기는 남자 윤우(이연석)가 있다. 어쩜 이런 자극적이며 원초적인 치정사로 인해 더 심리적 갈등이 인간의 본질을 끄집어 내고 있는지 모른다.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면 내용은 뻔한 신파적 요소로 치닫는다. 남자의 변심으로 인한 둘도 없는 동무의 결별 그리고 복수. 뻔한 결말을 그릴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별점을 박하게 주지 않는 이유는 소율에 대한 한없는 연민이랄까. 친구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무너지는 그녀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 과정에서 그려지는 소율의 모든 감정선이 너무 좋았다. 머리를 자르고 자신을 창녀로 내모는 어미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복수를 감행하면서 결기를 내뿜는 표정, 타고난 음색이지만 심금을 울리지 못하는 창법으로 좌절하는 장면, 숙적이 된 연희의 남자가 된 윤우에게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은 그녀의 애달픔을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 친구의 모든 것을 훔쳐 갔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당차게 말하는 연희 역시 어쩔 수 없었음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조선의 소리가 되어버린 지금은 노래가 너무 하고 싶은 그녀는 무대와 윤우가 전부일뿐이다. 과연 연희를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 어쨌거나 이 영화는 반전 아닌 반전이 결국 모든 것을 말하지 않나 싶다. 우연히 발견된 연희의 앨범으로 그녀의 사연을 모으는 방송국으로 찾아간 소율은 자신이 뺏긴 조선의 마음을 되찾는다. 소율이 아닌 연희가 되어서.

해방이 되고 이미 늙고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부르고 싶었던 조선의 마음을 부르게 된 소율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 영화는 결국 훔친 자들의 노래만 남는다. 조선의 마음이나 사랑, 거짓말이나. 영화의 스토리는 지루하리만치 잔잔하지만 소율과 연희를 연기하는 한효주와 천우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하다. 특히 한효주의 재발견이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해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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