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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さいはてにて-かけがえのない場所] 화면 가득 커피향이 퍼진다.

by 두목의진심 201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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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바닷가, 허름한 창고를 개보수한 "요다카" 카페의 로스팅 하는 장면은 화면 안으로 커피향이 꽉 들어찬다. 그 옆으로 미소조차 느릿하고 아련함을 주는 미사키(나가사키 히로미)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상처투성이 에리코(사사키 노조미)가 밝은 미소로 서있는 장면으로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가 주는 따뜻함은 참 좋다. 그리움이 잔뜩 묻어나기도 하고 기다림이 때론 기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현실적인 아픔이나 상처가 비단 묵직한 삶의 무게로만 그려지지 않음도 보여준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은 대비되는 감정선들이 묘한 어울림을 주고 있다. 허름하고 곧 쓰러질 것 같았던 낡은 창고가 아늑하고 아담한 카페로 변신하고 미사키가 결국 요다카를 떠나며 한 말처럼 끝없이 파도소리가 밀려드는 넓고 시원스럽게 파란 바다와 따뜻함이 넘치는 그녀들의 청바지 앞치마의 파랑은 묘한 대조를 보이지만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더 이상 저 파도소리를 견딜 수 없어."


다만, 지나는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다 들켜버릴 정도의 고즈넉하고 조용한 바닷가 시골마을의 일상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까? 아빠의 실종선고 앞에 아빠를 버렸다는 자괴감 밀려들고 아빠와의 추억이 깃든 곳으로 찾아가는 미사키나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고 부모로부터 외면을 당해 낯선 곳에서 출산을 하고 술집 작부로의 위태로운 삶을 근근이 꾸려나가는 에리카는 거의 방치되고 있는 듯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사랑스럽다고 한다. 이건 분명 자기 합리화나 변명이지만 그녀는 너무 진지하게 자기 고백을 해버린다. 어쨌거나 그런 엄마의 상처를 보듬고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디는 아리사와 쇼타의 굳건함이 왠지 모르게 먹먹하지만 공감되지 않고 그저 관조하게만 된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할머니의 병실인데 토토로에서 엄마의 병실에서 사스키가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이 겹쳐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막연한 예감으로 아빠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아빠를 기다리던 미사키가 결국 아빠의 공간을 떠나는 장면은 울컥하게 만들지만 다시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엔 왠지 흐뭇함이 파도친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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