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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내일을 위한 시간 :: Deux jours, une nuit Two Days, One Night]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다

by 두목의진심 2015.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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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시간>은 인생을 선택할, 아니 바꿀 수 있는 단 이틀이 주어졌다면 어쩌겠는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다. 수 많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생계를 위해 아픔을 잠시 미뤄두어야 하는 생계형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 다르덴 감독 형제는 관객들에게 삶에 지친 한 여자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와 그 주변의 인물들이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가며 느끼는 수 만가지의 감정과 그들의 잔인한 선택을 지켜보게 만든다. 과연 당신의 입장이라면 어쩔래? 라며.

우울증으로 회사를 잠쉬 쉰 산드라는 복직에 문제가 생긴다. 아팠으니 예전만못할꺼라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엔 천유로의 보너스라는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 깔려있다. 감독은 잔인하게도 산드라의 생계와 천유로의 보너스를 걸고 선택지를 만든다. 여기에 부조리한 것처럼 반장의 압력을 미끼처럼 던졌지만 사실 반장의 압력따위는 필요없어도 충분히 인간 내면에 대한 질문은 충분하다. 과연 동료의 복직인가 천유로의 보너스인가.

​<내일을 위한 시간>은 인간 내면의 갈등을 여러 입장에서 보여준다. 산드라의 입장, 남편 마누(파브리지오 롱지온)의 입장, 동료들의 입장, 동료중에도 비정규직의 입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입장. 이들 모두가 희망을 이야기하며 끝낼까? 영화를 보는 내내 묵직하게 파고드는 이야기와 특히 산드라의 피곤한 모습에서 답답했는데 어느새 앤딩 크리딧이 오른다. 아직은 할 말이 더 많이 남아있는데 할 말을 다 마치지 못한 것처럼 조용히 숨소리도 내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자막만 오르는 모습에 숨이 콱 멎었다.

산드라는 동료들을 찾아 다니며 줄곧 그들을 이해한다고 천유로의 보너스는 큰 돈이니 원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자신의 생계를 구걸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싫은 마음에 자위하는 것뿐이라는걸 그녀 스스로 안다. 그러면서 더욱 자괴감이 빠진다. 자신이 복직한 후에 천유로를 날리게 만든 장본인과 함께 가족처럼 일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에 이르자 그녀는 포기한다. 남은 안정제를 몽땅 털어 넣는 것으로.

사실 <내일을 위한 시간>은 잔인한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산드라 역시 자신의 입장으로 동료에게 천유로를 ​포기해 달라고 하는 것이고, 남편 마누 역시 집 대출금이며 생활을 이어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산드라의 복직이 절실했다. 동료들 역시 각자 그들만의 이유로 산드라 대신 천유로를 선택한 것이고. 보너스가 얼마 안되는 비정규직인 동료는 산드라가 복직하면 재계약이 불투명해지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모두 그들은 각자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저 희망적이지 않았을 뿐이다.

산드라의 불안한 감정선을 따라 가다 천유로 보다는 동료와 즐거웠던 추억들의 가치를 찾으며 영화는 점점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박빙을 이루던 선택의 순간 역시 모호하게 결정하지 못한 두 명의 동료에게 산드라의 운명을 맞긴다. 결국 과반수는 아니었지만 두 명으로부터 시작한 희망은​ 절반을 채우고 마무리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마지막 비정규직과의 계약을 하지 않고 산드라의 복직을 이야기하는 사장은 아주 큰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산드라에게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그런 구분이 아니라 그들에겐 생계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사장은 이해 못한 듯 하지만. 그래서 아직 해줘야 할 말이 많은데 할 수 없는 것처럼 감독은 자막만 조용히 올린다. 알고보니 제목 역시 "내 일(My Job)과 내일(Tomorrow)"이라는 함축적 의미란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울림이 있다.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8.3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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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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