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는 감미롭고 느린 박자에 부드러우며 와인에 눈을 지긋이 감아야 할 것 같은 그런 음악이 아닌가. 그런게 재즈인 줄 알았다. 이렇게 강렬하고 전율을 일으킬 수 있다니. <위플래쉬>는 여타 다른 음악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보게 해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강렬하다. 이 영화는 단 두 배우가 만들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100분이 넘는 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질 정도다. 최고다. 이 영화.
미국 최고의 뮤지션을 만들어 내는 음악대학의 신입생인 앤드류(마일스 텔러)는 음악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음악가 집안도 아니다. 타고난 근성과 노력으로 최고의 드러머가 된다는 확실한 인생 목표로 드럼을 친다. 여기에 음악대학 최고의 밴드를 이끌고 있는 플렛쳐(J. K. 시몬스)교수는 1초만 듣고도 플레이어의 음악적 재능이 파악되는 기계같은 사람이다.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최고의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해 단원들을 가혹하게 몰아 붙인다. 인간이 만들어 낸 말 중에 가장 잔인한 말이 "잘했다. 훌륭하다."라고 할 정도로 끝없이 자기를 단련시켜 극한을 넘어 서야 최고의 연주자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는 어찌보면 철학을 가진 교육자일 수 있다. 하지만 약간만 다른 시선으로 보면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열정을 이용해 자기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는 제자 혹은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해 잔인할 정도로 주연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부추기며 인간성을 파괴하는 잔인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위플래쉬>를 보고 도대체 무슨 뜻일까 싶어 찾아 봤다. 무섭게도 뜻이 "채찍질"이다. 영화는 잔인할 정도로 단원들을 채찍질하는 플렛쳐와 가혹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앤드류가 나온다. 둘 다 최고라는 욕망에 휩싸여 광기어린 모습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듯 하다. 감미롭고 아름다운 음악이 전율에 가까운 폭발적인 리듬을 뿜어내기 까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거기다 막판 반전은 정말이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플렛쳐의 악마성을 능가한 앤드류의 열정은 뭐랄까 소름이 돋지만 허무하달까. 악마의 눈빛에서 경이로운 눈빛으로 변하게 만든 앤드류의 마지막이 궁금해졌다. 사랑스런 니콜을 포기하고 잔인한 플렛쳐에게 "존슨"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찰리 파커"가 되는 일로 일류 플레이어가 된다는게 과연 그에게 행복했을까?
글 : 두목
이미지 : 구글 "whi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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