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많은 어둠이 있어 더욱 빛난다."는 말처럼 정말이지 빛나는 청춘이라 할 수 있는 스무살의 이야기인 영화 <스물>. 이 영화 그냥 잘 생긴 배우들 내세워 만든 조잡한 코미디물로 터부시하고 보지 않았던게 미안할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다. 사십대 중반이 훌쩍 지나버린 내게 영화 <스물>은 공감대 찾기 정도의 영화일꺼라는 생각이었는데.. 보고나니 그냥 내 얘기였다. <써니>나 <파수꾼> 등 많은 영화가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회자하는데 유쾌하거나 우울하거나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스물>은 소심하면서 그냥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인 애인 경재(강하늘), 아빠가 부도나면서 인생자체가 우울해졌지만 생명력 강한 애인 동우(준호), 거기에 철은 무거워 들지않는 그냥 무뇌처럼 사는 애인 치호(김우빈)를 내세우고 있다. 딱! 그 시절 한 교실에 있는 듯하다. 거기에 대학생과 재수생으로 인간을 딱 두 부류만 있는 것처럼 구분짓던 고교 졸업시절, 이상과 현실을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 위에 던져진 스무살의 잔혹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스물>은 당시에는 대학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치열한 고교시절의 삶과 다른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따위는 할 수 없다가 대학생과 재수생 혹은 그냥 고졸자로 나뉘는 스무살 문턱에서 갑작스럽게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딱뜨리는 불한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라는 장르에 적절히 잘 녹여낸 것같다. 특히나 허름한 중국집, 그것도 친구네 집에서 둘러앉아 소주병 옆에 차고 고만고만한 애들끼리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면에는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지며 우리의 어린 시절이 막 그리워진다. 뭔가를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살았음에도 배부른 쉰 소리나 하는 철부지 아이들 취급받던 그 시절의 아픔과 웃음이 새록새록 떠올라 좋다. 거기에 친구들이 그 속에 껴있어 더욱 좋다.
동우의 "'포기'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항변하는 장면에는 마음이 아리기까지 하다.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포기"가 아닌 잠시 미뤄두는 것쯤으로 합리화해야 하는 마음이 전해져 눈가가 그렁그렁 해졌다. 그저 이성에만 꽃혀 어떻게든 섹스 한 번 해보려는 청춘만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에 다다를때쯤 우리는 이십대가 불안한 청춘이거나 아프기만 한 청춘이 아니라 희망도 이야기할 수 있는 청춘이라는 걸 <스물>에서 감독이 분명히 보여준다. 좋다 이 영화!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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