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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아버지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가 아닌가

by 두목의진심 201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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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극 중 덕수(황정민)의 대사다. 이 영화 <국제시장>이 가정의 달인 5월쯤 개봉했으면 어땠을까. 관객동원 수가 달라졌을까. 그동안 호불화가 확연히 갈리던 <국제시장>을 늦게나마 본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영화가 호불호로 나뉘는 부분이 다소 의아하다. 이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많은 영화가 왜 호불호로 나뉠까. 또 평점도 높지않다. 정말이지 간만에 눈물, 콧물 다 찍어내는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해 봤다. 왤까하고.

아마 마지막에 덕수의 "이만하면 나 잘살았지요? 그런데 나 진짜 힘들었어요"라고 자조하는 이 대사가 아닐까 생각이들었다. 좋다고 느끼는 관객은 "그런데 나 진짜 힘들었어요"라는 대사에 몰입했을 것이고, 별로다고 느끼는 관객은 "이만하면 나 잘 살았지요?"라는 대사에 집중했을 것이다는 생각이다. 뭐가 다를까. 전자는 아버지들의 인생을 들여다 보려고 했을테고, 후자는 그런 아버지들과 엮이는 사건에 집중한 것이지 않을까. 그러기에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건에는 큰 감흥이 없는게 아닐까. 영화는 많은 부분 공감대를 자극한다. 대한민국의 1950년대를 지나 1990년대에 이르기 까지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의 기적을 이루는 이 시대를 통해 <아버지의 인생>이 <자식들의 인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미 노년의 덕수의 인생을 통해 본 아버지는 <장남>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가장의 책무, 가족을 지키는 사명감에서 삶의 존재를 찾는다. 자신의 인생은 없다. 시작에서 "영자야, 니 내 어릴적 꿈이 뭐였는지 아나"라는 질문은 노구에도 여전히 놓지 못하는 자신의 인생이다. 이 대사가 막판에 이렇게 큰 울림을 줄지 미처 몰랐다.

난 아버지 세대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아니 내 아이들 세대의 영화 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정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다. <국제시장>을 보면서 내 아버지들은 "내가 저렇게 고생하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먹고 살만한게 내 덕분인데"라고 자조하시는 노년의 아버지들이고, 그 아들 세대들은 늘 집에 없고 늘 화만 내고 소리지르고 가족보다는 일이 중요하던 아버지들이 미우면서 그런 아버지들의 힘겨움을 헤아리기 보다는 그들의 애정을 갈구하던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중년의 아버지일테고​, 또 그 자식들은 "공부해라"라는 말을 무한반복하면서 자신의 인생사를 들먹이며 잔소리를 쏟아내는 "꼰대"쯤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초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십대의 젊​은 세대들에겐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분명 있다. 아마 흥남부두가 나오는 가요나 전후 1·4 후퇴나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가 뭔지 잘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만 본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사건 속에 자신의 인생보다 가족의 안위가 중요했던 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화에 고등학생들이 외국노동자에게 함부로 하는 장면에 덕수는 타국에서 개고생하던 자신의 모습이 보였을것이다. 그래서 더 분노했을 것이고 그런 잔혹스러웠던 그 시절이 떠올랐을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덕수를 미친 노인정도로 여기고 여기에 달구(오달수) 역시 이미 어린 시대들에게 대접을 받는것을 포기한 듯 오히려 덕수를 노망든 노인취급으로 자신의 아픔을 모른척한다.

솔직히 나처럼 중년의 아버지들은 내 아버지 세대의 아픔을 공감하지만 현재의 힘겨운 삶이 겹치면서 덕수의 장남 노릇에 눈물이 쏟는다. 가장이 되면서 짊어진 처​·자식의 행복을 위해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아버지의 삶이 파독 광부나 월남전에 뛰어든 것보다 힘겨운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죽을만큼 힘든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덕수의 "힘들다"는 대사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자신의 꿈은 가슴에 묻고 가족을 위해 아버지로 살아야 하는 내가 국제시장에 있었다. 아니 내가 꿈은 있던걸까.

<국제시장>은 "내 잘살았지예"라는 대사처럼 나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으니까 알아주라는, 칭찬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아버지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음을 이해애 달라는 이야기다. 덕수의 아들, 딸들은 무뚝뚝하고 고집스런 아버지에게 "대화가 안통한다"며 아버지의 마음은 열어 보려도 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나와 내 아버지의 이야기인 듯 느껴졌다. 덕수가 동생 막순이를 그토록 미친듯 찾아 헤메다 결국 만나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펑펑 울었다. 아마 덕수에게 막순이는 가족을 짊어질 수 밖에 없었던 원초적인 책임감과 죄책감이었을 것이다. 그걸 이산가족에서 찾았으니 그의 삶이 훨씬 가벼워졌으리라. 그리고 가게 "꽃분이네"는 고모의 삶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꿈과 맞바꾼 애증의 공간이었으리라. 자신의 꿈이던 "선장"이 되기 위한 해양대 합격 통지서를 가게 앞에서 날리는 장면에서 그는 꿈을 날려 버린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줄 가게 인수와 함께 말이다. 사실 들여다 보면 덕수는 아버지의 다짐으로 그렇게 가족을 책임졌다기 보다 자신이 잃어버린 막순이에 대한 죄책감과 그로인해 어머니가 받았을 상실감을 동시에 떠안고 가장이 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무작정 눈물만 찍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아버지든 자신이든, 아니면 그 자식이든 그들의 이야기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좋지 않은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 속에 깨알같은 유머를 보여주는 ​감독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토록 바라던 가슴 큰 사감에게 벌이는 달구의 들이댐이라든지, 영자의 "나잡아라 봐라~"의 촌스런 행동에 머리채를 잡아끄는 덕수의 재치넘치는 행동이나 노부부에게 아이들을 떠넘기고 지들끼리 놀러가는 자식들과의 대화, 그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인물들을 추억하는 일들은 깨알같은 재미를 주기도 한다.

 


국제시장 (2014)

Ode to My Father 
7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정보
드라마 | 한국 | 126 분 |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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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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