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콘텐츠는 '공감'을 이끌어 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예술'이든 '쓰레기'이든 왈가불가 떠들기 좋기 때문인데 영화 <헬머니>는 어찌된 일인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끌어들어 들이고는 있지만 공감적인 부분이 미흡하다. 요즘 티비의 한 코미디프로에서도 보여지는 윤회처럼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인생사를 보여주는 '갑'과 '을'이라는 프로가 떠오를 만큼 욕쟁이 헬머니(김수미)의 굴곡진 인상사를 통해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인생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요즘 SNS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욕을 쏟아내는 어른, 아이들의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행동을 꼬집는다. 특히 거침없이 쏟아내는 욕들을 '해석'해주는 해설자는 의미도 모르고 하는 욕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오디션에 미쳐돌아가는 대한민국의 기이한 열풍을 풍자하듯 욕배틀이라는 아이템으로 극을 끌어간다.
영화는 분명한 신파다. 초반에 그저 배틀이라는 형식을 빌어 마구잡이로 뽑아내는 욕은 불편하다. 그렇다고 유쾌하거나 코믹한 장면도 드러나지 않는다. 감독의 지역감정라는 소재를 적절히 유머코드에 녹여 낸 <위험한 상견례>의 각본을 맡은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결국 영화는 우려했던 대로 제대로 몰입되지 않은 스토리를 헬머니의 과거사를 통해 뜬금없는 장관이 '누님'이라며 머리를 조아리고, 유명 한복 부띠끄 회장의 '마님'이라는 극존칭으로 갑작스러운 신분상승을 하고 "가슴에 쌓아두지 말고 토해 내라"고 훈계로 영화를 마무리 한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억눌린다고 생각하는 서민들의 응어리진 이야기, 콜센터 여직원, 항공사 승무원, 무시당하고 매맞는 생선가게 아내, 말단 사원, 공부 못하는 아이 등의 차별과 소외에 대한 답답함을 자칫 '욕'을 통해 한풀이 시키려 한다는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을 듯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욕'이 아니라 자신의 '할 말'은 하면서 살자는게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일게다.
<헬머니>는 분명 사회적 문제나 이슈의 교훈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 독특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욕배틀이라는 형식이 어정쩡하고 헬머니와 두 아들의 관계설정에 필요한 굴곡진 인생사를 배틀의 마지막 라운드의 몇 마디로 관객을 설득하려다 보니 전체적으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물론 종국에는 손주와 아들의 인생으로 스미고 싶은 가족이야기로 마무리하며 신파이다 보니 눈물샘을 자극하기는 한다. 모두 굴곡진 인생을 산건 아닐테지만 다름 아닌 '어머니'나 '아버지'들이 떠오르기 때문일테다. 내 아버지의 '독선'이나 자상하지 못한 부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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