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영화를 왜 몰랐을까. 그저 프랑스 영화를 어렵거나 아주 원색적인 영화로만 치부하는 선입견 탓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기억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이야기라니 거기다 필립은 나와 똑같이 경추 3~4번이 부러진 전신마비 장애이인이라는걸 알고나니 감동이 몇배는 더한 듯하다. 필립은 하늘에서 스카이 다이빙으로 나는 수영장에서 다이빙으로 똑같이 경추 3~4번이 부러져 전신마비의 장애를 입었다. 그도 나도 죽을만큼 좌절의 경험과 외로움과 스스로의 고립감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적응한 것뿐이다. 다만 그는 1%의 백만장자이고 난 평균 이하의 소시민이라는 점과 그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난 그나마 혼자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점은 같다. 그래서 <언터쳐블>이 주는 느감동은 남다르다.
실화라는 점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놀라운 점은 필립(프랑수와 클뤼제)을 <장애인>이라는 도움을 받거나 의지박약자쯤으로 묘사하는 다른 돌보미와는 다르게 드리스(오마 사이)는 남자로 대한다는 점이다. 그냥 사람이 아닌 남자로 말이다. 두 인물이 묘사는 많은 다른 것들 예를들면 필립의 음악은 고상한 클래식이고 드리스의 음악은 거치면서 흥겨운 힙합이다. 또 필립에게는 4만 유로의 멋진 그림이지만 드리스에겐 그저 흰종이에 코피를 뿌려놓은 정도다. 드리스에게 멋진 엔진 소리를 가진 으르렁 대는 듯한 스포츠 카는 필립에게는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고철이다. 필립에게 펜팔녀는 6개월이 넘도록 애지중지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상대이지만 드리스에게는 오랜시간 간보는 상대일 뿐이다. 사는 환경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극과 극으로 다르지만 그들에게 공통점은 비슷하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사고로 장애를 입으면서 필립은 자신의 집안에 갇혀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살 수 없는 처지며 드리스는 샤워조차 맘 편하게 할 수는 가난하면서 생활보조를 받지 못하면 살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드리스는 장애인이 어떻고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조차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필립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으로 나아가 남자로 다시 호르몬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바꿔놓으며, 필립은 드리스의 긍정적 성격과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움을 주며 서로에게 윈윈하는 삶을 변화해 간다. 더군다나 <언터쳐블>의 백미는 필립의 장애를 두고 농담을 대놓고 던지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마비 필립에게 "덤벼 보시던가"하는 식의 분노를 유발하거나 성욕의 해소법이나 성감대를 두고 주고 받는 그들의 대화나 움직일 수 없는 그에게 면도를 하면서 놀리는 장면이다. 자칫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장면에서는 이미 필립은 스스로 죽을 수도 없다는걸 알지만 더 이상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는걸 드리스에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드리스는 필립의 마음을 알았음에도 장난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필립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리고 필립에게 최고의 선물을 하고 떠나는 장면엔 눈물이 그렁해졌다.
이 영화는 소위 말하는 상위 1% 부자들의 삶을 꼬집기도 한다는 점에서도 맘에 들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독일어로 열창을 하는 오페라를 다들 알아듣는척 고상을 떠는 장면에 박장대소하는 드리스라든지, 필립의 생일에 집안에서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연주에 만화 캐릭터나 광고의 음악으로 비유하는 드리스와 아마추어 화가의 작품이라는 필립의 말에 뜬금없는 작품의 깊이를 들먹이며 거금을 들여 드리스의 그림을 사는 필립의 친구는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인생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장애인을 바라 보는 비장애인과 그런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장애인들의 생각이나 모습들을 봐오면서 서로에게 <장애>라는 가리개를 빼고 서로의 삶을 보려하면 훨씬 좋을텐데. 드리스에게 필립은 <장애인>이 아니라 그저 몸이 불편한 남자일 뿐이었기 때문에 두 남자의 우정이 여전히 지속될 수 있던게 아닐까. 부럽다. 이 두 남자의 이야기가.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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