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철학하는 삶,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어느 유명 가수의 노랫말에도 등장하더니 이젠 전쟁터까지 가서 자신의 철학을 전파하는 테스 형이라니. 삶과 죽음이 종잇장을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 테스 형은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궁금하다. 제목부터 재밌다.

 

TV에서 청소년 대상 인문학 강의를 하는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흥미로움으로 시작해 그의 책 <천년의 수업>, <질문의 시간>, <신화와 축제의 땅 그리스 문명 기행>을 읽으며 인간 통찰에 대한 그의 철학에 공감됐다. 서평단에 줄 선 것 역시 그가 썼다는 게 이유다.

 

프롤로그에서 그는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라며 장황하게 인문학에 대해 설명하는데 은근 철학을 대중적으로 알리려 애쓴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결국 철학 하는 삶은 '나'를 잘 살게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윤리와 도덕적 문제 의식에 대한 성찰과 질문들이 인문이고 철학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바로 이 지점,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다룬 것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이라 한다.

 

24쪽, 프롤로그

 

프롤로그에 하이데거의 "○○○은 무엇인가?"라는 형태의 질문에서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에 대한 탐닉을 쏟아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싶을 만큼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끌림이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제목이 그러해서. 그런데 아니다. 피타고라스를 시작으로 하나의 질문에 다양한 답을 찾는 여정이며, 여러 철학자와 학파가 던지는 20여 가지의 철학 하는 이유와 방법이다.

 

총 4부로 나누어 자연주의 철학자, 소피스트 그리고 철학의 중흥을 이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삶과 철학을 유쾌하게 담는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며 당시 소피스트들에게 무지에 대한 쪽팔림을 선사해 미운 털이 박혀 죽는다는 이야기는 '죽음'을 거부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 항변하며 죽음을 선택한 그의 일화는 알지만 그래서 더 극적이다.

 

"제논과 에피쿠로스가 확실한 존재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가치 있는 삶인지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다면, 퓌론은 마치 그들에게 “당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요? 당신들 말대로 했다가 그게 아니라면, 그대들은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요? 당신들이 믿고 따르며 행동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일단 판단을 중지하고 모든 것을 회의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292쪽, 일단 판단을 중지하고 모든 것을 회의해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현명한 개인주의 시대, 어쩌면 MZ 세대로 대변되는 이 시대에 철학자들의 철학 하는 삶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데 닥치는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매료되기 충분하다.

 

그동안 어렵고 딱딱한 철학자들로만 알았던 그들을 홀딱 벗겨 놓은 것처럼 철학이 이렇게 친근해도 되나? 싶다. 저자는 신들의 땅에서 인간의 지혜가 빛을 발하던 시대의 철학을 유쾌하고 쉽게 전해준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잊을만큼 매혹적이고 몰입되기 충분하다. 그리고 삶에서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