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 쇼펜하우어 논쟁의 기술, 항상 옳을 순 없어도 항상 이길 수는 있습니다

by 두목의진심 2024. 1. 17.
728x90

 

토론과 논쟁은 분명 다르다. 물론 대화 역시 그러하고. 자기주장을 전달하는 정도의 토론을 좋아하는 데 종종 마음과는 달리 토론이 죽자 사자 싸우자고 덤비는 논쟁이 되기도 하는지라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작지 않았다. 그런 논쟁에서는 감정이 쉬 상하고 숨이 목젖까지 차올라 말까지 버벅대다 결국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고개를 떨구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렇다고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논쟁을 하는 것도 그다지 옳은 것 같지는 않지만 싸우자고 덤비는 인간들이 천지삐까리인 세상에서 비법을 알아 두면 요긴할 것 같다. 쇼펜하우어 논쟁법이 핫하지 않은가.

 

 

이 책, 논쟁적 토론법(Eristische Dialektik)은 헤겔의 사상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칸트의 철학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쇼펜하우어의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38가지 대화의 기술을 담았다. 160년 전부터 벌써 그는 삶을 왜 고통의 측면에서 이해 했을까 궁금하다. 헤겔에게 밀려서?

 

"논쟁의 근원적 목표는 어느 편의 주장이 진실이냐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장하는 논거가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모든 대화의 전략을 동원해서 이기는 것" 8쪽. 옮긴이의 글

 

그는 현실을 낙관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는 헤겔을 비판하면서 비관적인 측면에서 현실을 자각하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논쟁의 전제가 저렇다 하더라도 정의나 도덕이나 윤리를 눈 감는 순간이 과연 올바른 논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논쟁의 본질을 짚고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내 논점의 전제가 아무리 옳고 상대가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해서 거짓 전제를 만들어 내고, 필요하면 권위를  왜곡이나 날조까지 해서라도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할까? 그는 그러라고 하는데 당최 공감하기 쉽지 않은 방법들의 연속이다.

 

64쪽, 불리하면 삼천포로 빠져라

 

논쟁에서 공격뿐만 아니라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방어도 알려는데 사례로 든 인물이 다음 아닌  타고난 입심만을 자랑하는 트럼프다! 불리하면 화제를 바꾸던가 자기 자랑으로 덮어버리는 그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났다. 뭐 우리에게도 그런 인물이 있긴 하지만.

 

한편 공격이든 방어든 일방적인 방식에 대한 논쟁법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19번째 법칙처럼 논쟁에서 상대방을 얕잡을 때 사용하는 "내 수준으로는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상대의 논점을 무마하는 방식을 설명하면서, 아무나 써먹으면 안 되고 지적 수준이 상대방보다 자신이 뛰어날 경우에 사용해야 함을 코칭 하기도 한다.

 

111쪽, '나무'를 반박함으로써 '숲' 자체를 물리쳐라

 

"'논쟁적 토론술'이란 논쟁을 벌일 때 사용하는 기술이요, 정당한 수단을 쓰든 정당하지 못한 수단을 쓰든 '내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논쟁을 벌일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130쪽, 논쟁적 토론술

 

그는 논쟁적 토론술에 대해 이렇게 주장하며, 이런 논쟁의 근원에 대해 인간이 원래 사악하고 허영심 많고 수다스러워서 객관적 진실과는 관계없이 자기 주장을 옳은 것으로 밀어 붙이려는 천성을 타고 났다고 주장하면서 인간 내면의 허점을 지적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토론이나 대화에서 사용하기보단 싸우자고 덤비는 누군가를 물리쳐야 한다면 쇼펜하우어의 38가지 논쟁의 기술은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짧은 단문과 쉬운 해설, 거기에 적당한 사례와 일러스트는 이해를 돕는다.

 

목소리 큰 놈들이 먹고 들어가는 세상에서 작은 목소리로도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대화의 테크닉이 아닐까 싶다. 한편 세상이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긴 하더라도 사사건건 불평불만을 앞세우는 염세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이 책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안내서가 되줄 매력적인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