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도심 한 복판 느닷없는 싱크홀로 빌라 한 동이 통째로 쑥 꺼져버린다는 있을 법한 소재로 시작된 영화 <싱크홀>은 애초에 재난을 웃음 코드로 재해석하는 게 무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남긴 건 아닐까?
변두리이긴 하지만 11년만에 서울로 입성한 동원(김성균)은 부추기는 김대리(이광수) 탓에 뿌듯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집들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사 첫날부터 껄끄러운 관계가 된 만수(차승원)는 우연찮게 대리운전 때문에 합석하게 되고 만취가 된 이들이 있는 빌라가 폭우로 느닷없이 꺼져버린 싱크홀로 빠진다.
영화의 중심은 분명 재난인데 이 재난에 빠져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영화를 재난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다. 이사 첫날 맞닥뜨리는 만수와 동원의 위 아랫집의 갈등은 억지스럽고, 체육관 사범에 사진사, 대리 운전까지 감수해야 하는 워킹대디나 음식점 하느라 정작 아들의 밥을 챙겨주지 못하는 201호 워킹맘의 팍팍한 삶이나 인턴이라고 은따 당하는 은주(김혜준)의 비정규직의 현실에다 치매를 앓는 노모를 모시는 백수 남자도 끼워 넣으면서 영화는 참 다양한 사회문제를 건드리려 애쓴다.
한데 이런 우울한 사회문제의 민낯을 코믹한 장르에 입히려다 보니 죽음이 임박한 극한의 상황이 전혀 코믹하지도 감동적이지도 못하고 어정쩡 하게 배우들의 열연만 하는 걸로 끝난 건 아닌가 싶다. 전반부 그나마 차승원의 코믹이 있었다면 재난 이후 갑작스럽게 부성애를 부각하며 휴머니티로 전환하려 하지만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건 치매에 걸린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은 꽤나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눈물이 많은 편인 나로서도 눈물은커녕 불편하기만 했다.
어쨌거나 도심이 개발을 멈추지 않는한 언제고 발생할지 모른다는 경고적 의미로는 충분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난을 다루는 고민이 부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728x90
'마음가는데로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31/프리 가이] 버그가 바꾸는 세상 (0) | 2021.10.02 |
---|---|
[더 길티] 새롭다 그리고 소름 돋는다. (0) | 2021.10.01 |
[스틸 워터] 정의가 진실은 아니다 (0) | 2021.09.12 |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꽃은 지더라도 화려함은 남는 (0) | 2021.09.06 |
[아이스 로드] 임펙트 없이 끝까지 긴장시키는 영화 (0) | 202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