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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꽃은 지더라도 화려함은 남는

by 두목의진심 202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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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 전시, 신발 게다가 표현하는 말투까지. 뭐 많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을 연인으로 만날 확률은? 이런 판타지 같은 청춘 멜로인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봤다. 오글거린다기보다 보는 내내 간질간질거렸다. 수줍어 어쩔 줄 모르는 무기(스다 마사키)와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는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의 우연처럼 만들어진 사랑의 시간이 조마조마하고 달달해서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예매한 미이라 전시회를 놓치고 각자 무료한 모임에 참석한 무기와 키누는 막차를 놓칠새라 죽기살기로 내달리다 우연히 부딪힌다. 결국 막차를 놓친 둘은 밤새 수다를 떨면서 서로가 너무 잘맞는다는 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무기의 집에서 다시 밤을 지새운다. 서로에게 빠져들어 간질간질한 사랑을 이어 나간다. 졸업을 하고 늦은 취업 준비로 애쓰는 키누를 보다못한 무지는 동거를 제안하고 함께 새로운 일상을 꿈꾼다. 새해가 밝고 키누는 취업에 성공하고 바쁜지만 둘은 변함없는 취향을 공유하며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중 일러스트레이터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던 무지는 "사회 생활은 욕조와 같아. 들어 갈 땐 뜨겁지만 익숙하지면 안정적이 되지"라는 키누 엄마의 말에 꿈을 접고 안정을 선택하면서 둘 사이는 급속도로 무미건조해진다. 그렇게 5년이 흐른다.

출처: 다음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영화는 운명처럼 찾아온 우연한 사랑의 감정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졸업과 취업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갈등하고 때론 죽음을 불사하는 청년들의 치열한 삶 속에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에 주목한다. 일을 놀이처럼, 놀이를 일처럼 하고픈 키누의 선택이 그런 삶을 놓아 버린 무지에게는 무책임함으로 느껴지고, 키누와 '현상 유지'를 하고 싶어 선택한 안정적인 삶은 더 이상 '현상 유지'를 할 수 없게 내몰린다.

한때 취미와 생각, 말투까지 취향이 같았던 그들은 생계를 선택한 순간부터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지점을 스치듯 무심히 신발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릿해졌다. "사랑은 살아 있는 것이라서 유통 기간이 있기 마련이지"라는 말에 공감할 순 없지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체념하던 상우의 대사가 떠오를 만큼 두 사람의 체념이 아팠다. 그러면서 사랑이 변한 게 아니라 상황이 변한거라고 헤어지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도 컸는데, 또 헤어지고 난 후 다시 취향이 같아진 걸 보면 어쩌면 사랑은 그래서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다음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0대 화려하고 열적적인 사랑과 미래에 대한 진로의 불안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섬세한 연출이 탁월한 영화다. 보는내내 두 사람의 사랑도 이별도 모두 응원하게 되는 묘한 감정을 만든다. 흐드러지게 핀 꽃처럼 화려하지만 서시히 시들어가는 과정에 향기로운 추억은 계속 가슴에 남게 되는 그런 영화다. 참 예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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