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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10

[소설] 우리 모두 함께, 무지개를 보다 37년간 몸담은 교직을 떠날 준비를 하며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교육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 글이 뭉클하다. 어쩌면 늦게나마 내가 십수 년 몸담은 복지현장과도 맞닿아 있을지도.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할많하않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다.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작가의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독자도 충분히 그 바람을 공감할 테니 걱정 마시라, 전하고 싶다. '시우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 묵직한 메시지가 역시나 길게 뻗어 내가 몸담은 복지현장으로 연결된다. 얼마 전, 어제 안부를 묻고 일용할 반찬을 가져다 드린 어르신을 오늘 영정 사진으로 만났다. 건조한 두 번의 조아림이 끝나고 어르신을 명단에서 지우는 일로 관계가 끝날 때 우린 헛헛할까 아.. 2023. 11. 13.
[에세이] 함께여서 빛나는, 너와 함께라면 작가의 이름이 낯익었다. 그리고 반가웠다. '권익옹호'라는 거센 바람이 복지관으로 밀려들던 2017년, 새로운 사업 구상이 필요했다. 더 이상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에게 다다를 수 있는 '당사자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보자! '했다. 라는 이름의 에세이 출간 사업을 기획하고, 수많은 출판사에 요청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글쓰기 교육과 출간을 공익적으로 저렴하게 좀 도와 줄수 없느냐는, 좀 비굴모드를 장착한 내용이었다. 그러는 한편 함께 자신의 민낯의 이야기를 토해내 줄 당사자들을 찾아 나섰다. 그때 장애 관련 인터넷 신문에서 우연히 간결하고 짜임새 있던 그의 글을 봤다.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에 적.. 2023. 10. 23.
[에세이] 함부로 위로하지 말 것을. 역경이 싸대기를 날려도 나는 씨익 웃는다 팔팔하던 스무 살에 느닷없이 목이 부러져 사경을 헤매다 요만큼이라도 사는 맛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제목이 좀 뻔했다. 역경이란 단어가 눈에 꽂혀, 누가 인생 좀 고달파져 이러쿵저러쿵 일장연설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거기다 왠지 거칠지 못한 사람이 거칠어 보이려 애쓴 것 같기도 하고 또 재치 있는 라임이 살아 있는 말장난이 되려 더 씁쓸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뻔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었던 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덩달아 웃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르고. 훈남에 팔방미인이라는 작가 본인을 비롯한 가족사는 듣기만 해도 급피로에 우울감이 전해졌다. 이렇게 재난에 가까운 일들에 무너지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마음 근육은 도대체 얼마나 두꺼울까 싶다. 기분이 묘하다. 내 마음 근육은 습자지 정도가 .. 2023. 6. 17.
[에세이] 아직 슬퍼하긴 일러요 -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_ 공평한 위로 이르다, 니. 작가 소개를 읽으며 이르긴 커녕 이미 태풍 한가운데서 주야장천 버티는 중인데? 싶었다. 그러다 문득 고단한 그의 삶이 무심한 세상에서 소비돼버리는 일들을 이르는 건(왜 있잖은가, 가벼운 고자질 같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후… 당연한 것들에 의심을, 품어야 하지 않냐며 써 내려간 그의 프롤로그를 읽는데 왜 이리 마음이 뻐근해지는지 모르겠다. 아니, 헛헛한 건가? 무표정하게 그리고 엄청스레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글에는 감정의 부스러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암이 모두에게 똑같이 다가 오는 게 아니, 라는 그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보탠다. 질병도 장애도 각자에겐 다 다르다. 와,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금세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길 반복해서 읽어내기가 힘들다. 심한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코를 훌.. 2022. 11. 17.
[사회/낭독리뷰] 동자동 사람들 - 왜 돌봄은 계속 실패하는가 사회복지사에게 '돌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라서 지나칠 수 없었다. 그것도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니 더욱 흥미로웠다. 과연 대한민국의 돌봄은 왜 계속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민낯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그냥 덮을 일은 아니다. 오멜라스, 비록 가상의 도시라고는 하나 당장 고개만 돌려 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되기에 벽장 안에 갇힌 소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진다. 오멜라스 시민들을 보면서 '타인의 고통으로 자신의 행복을 확인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한다. 그건 거창하게 윤리를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인터넷에 짤로 돌아다니는 초등학생의 시험지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알다시피. 이 책은 동자동 쪽방촌을 모델로.. 2021. 3. 17.
[에세이] 몸과 말 - 아픈 몸과 말의 기록 '아픈' 몸에 아픔과 아프지 않음의 경계에 있다는 또 다른 사람, 안희제가 생각났다. 자신의 서사에서 고통을 시시각각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 어쩌면 장애인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와 있는 나 같은 사람보다 더 외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 사람이 그였다. 자신을 바디 에세이스트라고 소개하는 그가 흥미로워 호기심이 일었다. '아픈' 몸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안희제가 했던 "이젠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에게는 어떤 서사가 있을까? 나는 또 주야장천 아픈 몸을 어떻게 아프다고 말해야 할까? 가슴과 머리가 쉬지 않고 두근댄다. "오래 묵어 있다가 펼쳐진 말은 고백이 된다." p12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자신을 설명해야 했던 눈물겨운 고백들에서 한참을 아팠다. 어.. 2021.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