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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우리 모두 함께, 무지개를 보다

by 두목의진심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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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간 몸담은 교직을 떠날 준비를 하며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교육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 글이 뭉클하다. 어쩌면 늦게나마 내가 십수 년 몸담은 복지현장과도 맞닿아 있을지도.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할많하않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다.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작가의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독자도 충분히 그 바람을 공감할 테니 걱정 마시라, 전하고 싶다.

 

'시우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 묵직한 메시지가 역시나 길게 뻗어 내가 몸담은 복지현장으로 연결된다. 얼마 전, 어제 안부를 묻고 일용할 반찬을 가져다 드린 어르신을 오늘 영정 사진으로 만났다. 건조한 두 번의 조아림이 끝나고 어르신을 명단에서 지우는 일로 관계가 끝날 때 우린 헛헛할까 아니면 일이 줄어 편하다고 생각할까? 마음이 복잡해진다. 작가의 인간적인 고백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

 

91쪽, 흥정

 

소설은, 아니 현장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시우 엄마와 브로커와 박윤기를 그려내는 작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어림 짐작을 한다. 거기에 나는 박윤기와 다른 부류인가,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시우가 죽었다에서 죽였나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죽을 만큼 힘들 시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박윤기처럼, 아이의 죽음을 쉽게 사무적인 '일'로 대체해버릴 수 있는 부류에서 과연 나는 자유로울까? 우리도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이라고 볼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그럴 수 있을까? 고구마 백만 스물한 개를 한꺼번에 쑤셔 넣은 것처럼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189쪽, 실마리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이고, 복지현장에서 뭣이 중헌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작가의 속내가 절절히 담긴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부디 행복하기 위해 특수교사가 되었다던 소설 속 진환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행복한 퇴직으로 꿈이 마무리 되길 소망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작정하고 쏟아내는 자기반성이자 시스템에 갇혀 아이들의 행복이 사라진 학교와 보호자와 교사의 문제를 거침없이 또 가감 없이 쏟아낸다. 자전적 소설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더 크게 요동쳤다.

 

소설의 제목이 욕망의 그늘에서 무지개를 보다로 되기까지 험난하고 지난한 일들을 통해 그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 희망적인 바람이 풍선에 바람이 가득 차는 것처럼 가슴을 부풀게 한다.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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