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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11

[소설] 우리 모두 함께, 무지개를 보다 37년간 몸담은 교직을 떠날 준비를 하며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교육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개 글이 뭉클하다. 어쩌면 늦게나마 내가 십수 년 몸담은 복지현장과도 맞닿아 있을지도.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할많하않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다.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작가의 마음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독자도 충분히 그 바람을 공감할 테니 걱정 마시라, 전하고 싶다. '시우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 묵직한 메시지가 역시나 길게 뻗어 내가 몸담은 복지현장으로 연결된다. 얼마 전, 어제 안부를 묻고 일용할 반찬을 가져다 드린 어르신을 오늘 영정 사진으로 만났다. 건조한 두 번의 조아림이 끝나고 어르신을 명단에서 지우는 일로 관계가 끝날 때 우린 헛헛할까 아.. 2023. 11. 13.
[사회정치] 취약성에 대한 주체적 권리, 돌봄과 인권 돌봄을 이렇게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인권 활동의 현장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을 활자에만 가두고 살아오다 얼마 전부터 인권교육을 받으며 깨닫는 단 하나는 인권은 태어남과 동시에 하늘에서 공짜로 뚝 떨어진 것이지만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누리며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여기에 더해 돌봄이 왜 돌봄이고 왜 인권을 떼려야 뗄 수 없는지 명확히 한다. 신입생 티를 아직 다 벗지도 못했던 대학 2학년 때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 말 그대로 무한 돌봄 의존자였기에 돌봄에 인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이 책은 시작도 전에 얼마간의 지침이 있었다. 표지가 예사롭지 않았다. 20개의 숫자는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선으로.. 2023. 8. 29.
[사회정치] 못생겨 아름다운 그런 곳,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대 없이 편안하게 늘어졌다가 자연스럽게 의자를 땅기고 자세를 고쳐 앉게 하는 힘이 있다. 도시, 혹은 건물 내지는 골목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읽으면 읽을 수록 도시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도 못생길수록 치열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숨 쉬고 있다는 걸.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건축가의 꿈을 접었다는, 그리고 기자로서 도시의 건축을 이야기한다는 저자가 흥미로웠다. 그가 바라 보는 서울은 건축으로든 활자로든 분명 독특할 것이라는 얼마간의 믿음이 생겼다. 세상은 잘생긴 것들로만 채워져 있지 않으므로. 이름조차 생소한 '백사마을'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울시의 주거지보존사업을 "처음부터 사람이 살지 않는 전시관으로 기획한 공간과 진짜 사람이 사는 마을은 달라야 한다."라는 저자의.. 2023. 8. 10.
[인문] 세계에 눈 뜨는 한 사람 나는 행동하지 않지만 차별이나 혐오, 빈곤처럼 소수자의 인권이나 소외 같은 사회문제에 꽤나 관심이 많다. 인권이나 환경에 관한 책도 즐겨 읽기'만' 한다. 그래서일까. 세계 곳곳의 사회문제를 다룬 책을 저자에게 선물 받았다. 책장이 그래도 꽤 넘어갔는데 여전히 뭔가 말하려다 말고 '그러니 네 생각은 어때?'라며 이야기를 서둘러 끝내는 게 조금 당황스럽다. 영화를 통해 깨알 상식과 생각해 볼 것들을 권하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솔직히 내용만 보자면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고 있다고 하긴 어렵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살짝 엉성한 구조랄까. 산책길을 차근차근 걷는 게 아니라 스카이 콩콩을 타고 붕붕 건너뛰어 단박에 끝내 버리는 듯하다. "세계시민은 (…) 생각과 작은 행동으로.. 2022. 3. 15.
[인문/낭독리뷰]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이 책은 긴즈버그 생전에 쓰인 책이지만 사후에 출간된 듯하다. 만약 그가 읽지 못했다면 많이 아쉬워했을 책이다. 다수 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그가 사건에 대한 의견서를 코리 브렛 슈나이더가 법적 해설을 덧붙였다. 그를 추모하기에 충분히 좋은 책이다. 긴즈버그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작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미 대선에 이 앞서 긴즈버그 후임으로 누가 결정되느냐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오른 트럼프의 꼼수 덕분에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미국 법조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는 것, 이름이 다스 베이더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특이했었다. 서문만으로도 숨차다. 그가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고 그런 일들이 단순히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인권을 넘어선 인간의 권리로 저항을 연결 짓는 중대한 .. 2021. 9. 7.
[소설/낭독리뷰] 우리가 원했던 것들 처음에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라 생각했다. 한데 읽는 동안 미국 내슈빌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에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당장 오늘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을 사이에 두고 빈부의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는 내슈빌에서 귀족학교라 일컬어지는 윈저로 편입된 저소득층의 라일라와 최상류 층인 핀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진실 공방은 소설이 아니라 너무 현실적이라는데 놀랍고 소름 돋는다. 경제적 능력을 오랜 세월 계층으로 세습하는 이들의 결핍된 인간성을 적나라하게 꼬집음과 동시에 그런 이들에게 기생하는 세력을 기반으로 정의를 만들어가는 사회 문제를 고발한다. 한편 진실을 밝히는 정의 구현에 커크를 비롯한 가진 자들의 저급한 방법을 비난하며 자신은 양아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이나 정의롭다고 .. 2021.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