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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9

[소설] 이번 여름엔 이 스릴러?! 이웃 사냥 스릴러를 좋아 하지 않는, 아닌가? 요즘 SBS 드라마 에 푹 빠져있는 걸 보면 심장이 좀 두터워졌나 싶다. 아무튼 쫄보라서 막 무섭고 그런 거 잘 못 보고 그랬는데 출간되기도 전에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되고 있다니 먼저 읽는 짜릿함을 만끽하려고 냉큼 서평단에 줄 서서 받았다. "자, 이제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질문하지 말게." 56쪽 시작은 심장 쫄깃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면서 평온한 목장의 분위기랄까. 심지어 그런 계곡에서 살아 봤으면 싶을 정도였는데, 갑자기 골짜기에 갇혀 버린 목장쯤으로 장면이 전환되면서 소름이 쫙 돋았다. 붉은빛의 연못이 주는 두려움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그렇게 봄은 지났다. 그리고 닥친 여름, 벌거벗은 남자가 성기를 덜렁대며 곰에게 쫓겨 달려 온다면 놀.. 2023. 7. 24.
[소설] 여분의 사랑 아, 제목만으로 아득해지는 감정은 뭐란 말인가. 한 사람과의 사랑도 채우기 쉽지 않은 세상에 이미 차고 넘치는 사랑이라니. 작가의 여분을 아직 헤아리지 못한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은, 작가의 첫 소설이다. 다정함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다정함이 담긴 작품이 미발표작이란 이유도. 숨 가쁘게 두 여인을 좇는 이야기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읽어 내는 것 밖에. 온몸의 세포가 열 배쯤 넓어져 겨울 한복판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달의 뒷면도 아름답긴 하겠지만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없던 것이 되는 게 아니라는 센에게 전하는 하쿠의 메시지가 문장을 오래 씹게 해준다. 그렇게 그의 필력이 마법 같다. 숨이 막히게 서글픈 사랑인가. 31살의 다희가 26살의 우주를 떠올릴 수 없을 때 헤어질 결심은 .. 2023. 2. 20.
[소설] 휴먼의 근사치 - 오늘의 젊은 문학 6 후…, 다소 난해한 대재앙 이후의 일들이 일렬로 행진하는 개미처럼 활자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게 지칠 때쯤, 챕터 하나가 끝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름이 돋았다. 70일 동안 내린 비는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인간성을 더 줄여 주었고, 그건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소는 태거가 됐다. 그리고 이소는 인간적인 태깅을 만들어내는 감각을 뽐냈고 승진했다. 그리고 이수가 했던 일들은 모든 태깅을 학습하던 인공지능 이드를 현혹 시켰다. 그래서 잘린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인간에겐 막을 수 없는 두려움이므로. 인간다워서 인공지능을 진화시킨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소름 돋는다. "좋아한다는 건… 놓을 수 없는 거예요. 포기가 쉽지 않은 거요." 94쪽 또 한 번, 벅찰 만큼 숨.. 2022. 6. 29.
[소설] 레슨 인 케미스트리 샘플북 뭔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애플TV 방영 예정으로 올 최고의 기대작이라길래 출간 전 서평단으로 맛이라도 보고 싶었다. 얇은 두께라 단숨에 읽었다. 아니 두꺼웠더라도 그랬을 게 분명하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이리 흥미로울 수가! 정성스레 싸준 딸아이의 도시락을 먹어치우는 친구 아빠에게 따지러 갔다가 전국적으로 유명 인사가 된다니. 그것도 미모의 주부이자 화학자라니 더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이야기는 남자로 이어진다. 조정하는 화학자다. 뭐지? 이 소설? 흥미롭던 얘기가 빠르게 성차별을 외친다. 마치 조용한 공간에서 갑자기 확성기에서 터져 나온 외침처럼. 하이라이트이긴 하지만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이야기는 엘리자베스 조프를 중심으로 가부장적 성차별.. 2022. 6. 10.
[소설/낭독리뷰] 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정기적으로 문학상 작품들을 챙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익숙한 이름의 문학상이라 서평단을 신청해 읽었다. 7천만 원의 고료라는 게 흡족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0을 하나 더 붙여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단숨에 읽었다. 내용이 방대한 세계관을 지닌 서사나 깊은 철학을 요구하는 소설이 아니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리 빨려 드는 데는 분명 뭐가 있긴 있겠지 싶다. 내가 남훈 씨에게 너무 감정 이입을 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왠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살짝 가부장적인 아버지이면서 나보다는 가족을 앞세워 앞만 보고 달려온 중년의 가장의 감정이 스펀지에 물 스미듯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렇게 한 남자의 개인사가 가정사를 지나 진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이 눈물 난다. 소설은 3인칭 시점으로 투박하고 거친 남훈.. 2021. 10. 3.
[소설/낭독리뷰]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SF 소설을 읽는다. 게다가 초능력자들의 누아르라니. 표지부터 심상치 않아 정말 냉큼 읽고 싶었던 책이다. "딱 냉장고 온도로 얼어 죽지도 썩어 문 드러 지지도 않는 4도 정도." 37쪽 ​ 정희 아줌마의 말은 딱 4도 정도 되는 온도의 감정이 실렸다, 는 생각이 들 정로 궁서체스러워 그냥 멋졌다. 트렌치코트에 빨간 립스틱에 매니큐어의 조화가 순식간에 그려지지 않아서 살짝 당황스럽긴 하지만(이런 여인네에게 근접해 본 적이 없는지라) 어쨌든 멋지다. 무슨 신비를 간직한 비밀경찰 같지 않은가. ​ 허약하지만 객기에 가까운 지랄 같은 용기스러움을 탑재한 진에게 감취진 히어로급 능력이 있는 건지 읽어 나갈수록 흥미진진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끝을 보는 건 정말 순삭이다. 근데 .. 2021. 8.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