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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낭독리뷰]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by 두목의진심 2021.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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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SF 소설을 읽는다. 게다가 초능력자들의 누아르라니. 표지부터 심상치 않아 정말 냉큼 읽고 싶었던 책이다.


"딱 냉장고 온도로 얼어 죽지도 썩어 문 드러 지지도 않는 4도 정도." 37쪽




정희 아줌마의 말은 딱 4도 정도 되는 온도의 감정이 실렸다, 는 생각이 들 정로 궁서체스러워 그냥 멋졌다. 트렌치코트에 빨간 립스틱에 매니큐어의 조화가 순식간에 그려지지 않아서 살짝 당황스럽긴 하지만(이런 여인네에게 근접해 본 적이 없는지라) 어쨌든 멋지다. 무슨 신비를 간직한 비밀경찰 같지 않은가.



허약하지만 객기에 가까운 지랄 같은 용기스러움을 탑재한 진에게 감취진 히어로급 능력이 있는 건지 읽어 나갈수록 흥미진진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끝을 보는 건 정말 순삭이다.


근데 게이트의 삶이 저주라 하더라도 주어만 준다면 마다하지 않지 않을까? 뭔가 삶이 판타스틱하고 버라이어티 해져서 막 신나지 않을까? 하루하루 지루할 틈도 없이 재미에 깔려 죽을지 누가 알겠는가. 나한테 준다면 난 땡큐다. 근데 이것들이 우리 옆에 스며들어 있다니 살짝 맨 인 블랙 오마주 같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니코로빈이나 조조의 기묘한 모험 캐릭터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하튼 재미가 뿜뿜하다.


빠른 전개도 전개지만 분노로 레벨 업된 심 경장의 등장은 숨 가쁘게 몰아붙인다. 진과 심 경장 거기에 정희 아줌마와 배준의 대결은 영화의 한 장면이랄 만큼 박진감이 넘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캬! 거기다 인간의 탐욕, 삶의 절망과 애착 거기에 절대선이나 정의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다니 작가가 능력자다. 여하튼 이대로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런! 그가 캐딜락을 타고 올 줄이야! 그것도 흰 캐딜락을! 이 소설 덕분에 몇 날 며칠 잠을 설칠지도 모르겠다. 뜨거워져야 할 양손은 멀쩡한데 가슴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한계령은 원래 그랬던 곳이었을지 모른다.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게 하는 곳'일지. 나도 모르게 노랫말을 웅얼 거리게 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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