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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세이19

[에세이] 심한 공감에 너덜너덜 해질: 잘 살고 있어요, 농담이에요 '잘 살고 있다'라는 게 농담이라는 말이 뭉근히 가슴을 눌렀다. 쉰이 넘어 절반을 지나는데도 여전히 잘 사는 게 뭔지 잘 몰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디자인과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인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공감 글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는 작가가 거리감이 느껴지다가 된장찌개와 숭늉을 좋아한다는 그의 입맛에 부쩍 가깝게 느껴지는 이상한 공감도 받는다. 라면처럼 익숙한 입맛으로 아무 감각 없이 후루룩 흡입하고 말기에는 너무 아까운 문장들이 넘쳐난다. 곱씹고 필사하면서 마음에 꾹꾹 담아야 하는 문장들이 방지턱 마냥 읽는 속도를 줄이고 있다. 읽다 보면 풍요롭지 않은 내 삶을 단박에 꿰뚫는 듯한 그의 통찰에 흠칫 놀란다. 나는 원치 않은 일을 매초 단위로 해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 앞에서 웃어야 .. 2024. 1. 20.
[에세이] 결혼은 이들처럼,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 만 부끄럽기를 오호라. 오랜 세월 함께 지내는 동안 어찌 딱 한점만으로 동반자의 인생을 퉁칠 수 있을까? 나는 하도 꿇어 무릎에 굳은살이 박혔거늘. 암튼 발칙한 제목에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 소개를 읽다 어라? 인문학? 제주? 낯익은 이름에 뒤적여 보니 의 저자다. 나는 '말 그대로 간결하고 감칠맛 나고 재밌는 인문서'라고 서평했다. 믿고 읽어도 좋겠다. http://https://doomoks.tistory.com/1143 "인간이 새기는 무늬는 인문(人文)이다. 인간은 어디에 무늬를 새기는가?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과거와 미래 사이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제 존재를 새기고 떠난다.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인간이 세상에 남긴 흔적의 총량이 인문이다. 즉, 한 인간의 삶 전체가 인문이다." 8쪽,.. 2023. 11. 11.
[에세이] 함께여서 빛나는, 너와 함께라면 작가의 이름이 낯익었다. 그리고 반가웠다. '권익옹호'라는 거센 바람이 복지관으로 밀려들던 2017년, 새로운 사업 구상이 필요했다. 더 이상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에게 다다를 수 있는 '당사자의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써보자! '했다. 라는 이름의 에세이 출간 사업을 기획하고, 수많은 출판사에 요청 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글쓰기 교육과 출간을 공익적으로 저렴하게 좀 도와 줄수 없느냐는, 좀 비굴모드를 장착한 내용이었다. 그러는 한편 함께 자신의 민낯의 이야기를 토해내 줄 당사자들을 찾아 나섰다. 그때 장애 관련 인터넷 신문에서 우연히 간결하고 짜임새 있던 그의 글을 봤다.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에 적.. 2023. 10. 23.
[에세이] 청춘 성장 분투, 청춘유감 ​멋지다! 쓰고 찍는데 발표되고 상영된 적 없다니. 그것들에 대한 집념이고 무한 애착 아닐까. 멍하니 노려보는 눈매도 그렇다. 누가 그랬다. 아프니 청춘이라고. 뭘 몰라 휘청댄다는 듯하게.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실은 중년도 노년도 다 아프다. 살아 있으면 다 그렇다. 그래서 작가는 유(有)감이라 했을까.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목차를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작가 소개에 홀려 느릿하게 읽는다. 울고 넘어졌단 그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끼워 맞춰 보려 애쓰는 내가 웃겨 서둘러 넘긴다. 이 책, 왠지 단숨에 읽을 듯한 예감이 든다. 프롤로그에서 스스로 정말 기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자괴하면서 걷는 그의 모습에서 복지 현장에서 나 역시 그러고 있는 걸 확인 한다. 중요한 대목과 그렇지 않은 대목을 취사 선택하.. 2023. 7. 20.
[인문]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의 해법, 당신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아주 자극적인 제목에 빨려 들었다. 어쩌면 발칙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 정로 지나치기 어려운 제목이었다. 우리 엄마처럼 남편 때문에 화병이 생긴 걸까? 아니면 내 아내처럼 남편 돌봄에 지친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제발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순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을 적나라하기까지 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꺼내 보이며, 독자 역시 자신의 내면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문득 떠오른, 그땐 다 그랬어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세상을 관통한 나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디서든 폭력적인 말과 주먹이 당연했다. 전날 숙취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선생은 발이 빠른 제자에게 교문 밖 약국에서 숙취해소제를 받아 오라고 시켰다. 약사는 선생의 이름만 듣고 또야? 라는 대답과.. 2023. 7. 16.
[에세이] 함부로 위로하지 말 것을. 역경이 싸대기를 날려도 나는 씨익 웃는다 팔팔하던 스무 살에 느닷없이 목이 부러져 사경을 헤매다 요만큼이라도 사는 맛을 보고 있는 나로서는 제목이 좀 뻔했다. 역경이란 단어가 눈에 꽂혀, 누가 인생 좀 고달파져 이러쿵저러쿵 일장연설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거기다 왠지 거칠지 못한 사람이 거칠어 보이려 애쓴 것 같기도 하고 또 재치 있는 라임이 살아 있는 말장난이 되려 더 씁쓸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 뻔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었던 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덩달아 웃고 싶어서 였을지도 모르고. 훈남에 팔방미인이라는 작가 본인을 비롯한 가족사는 듣기만 해도 급피로에 우울감이 전해졌다. 이렇게 재난에 가까운 일들에 무너지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마음 근육은 도대체 얼마나 두꺼울까 싶다. 기분이 묘하다. 내 마음 근육은 습자지 정도가 .. 2023.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