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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12

[소설]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떠난 목마, 그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를 기다리는 박인환의 시에서 살아 숨 쉬던 그 버지니아 울프가 정신 질환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 을 읽었을 뿐이다. 그것도 고백하자면 내 깜냥으로는 어려워서 이해 수준이 아니라 훑은 수준이었다. 그런 그의 작품 세계에서 뽑아낸 212개의 문장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 큐레이터이자 고전문학 번역가이기도 한 역자는 고전 문학의 원문 속에서 문체의 미학과 풍부한 표현이 넘실대는 문장들을 수집해 자신만의 편역으로 독자와 함께 나누고 있다. 역자는 버지니아 울프의 13작품들에서 영감을 받는 문장을 뽑는다. 프롤로그를 보면 작가로 페미니스트로서 그에 대한 무한 애정도 느낄 수 있다. 전에 읽었던 이라는 제.. 2024. 1. 15.
[인문] 최고의 콜라보, 오십부터는 왜 논어와 손자병법을 함께 알아야 하는가 '글쎄요'라는 궁금증으로 신청한 책이다. 말하지 않아도 하늘의 뜻을 헤아린다는 지천명인 오십을 넘어선지 한참인데, 그 어려운 고전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이제라도 알아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은 91세 동양 고전 해설의 일인자라고 알려진 모리야 히로시가 현대에 맞도록 해석했다. 그는 어려운 동양 고전을 쉽게 해설하기로 정평이 난 데다, 단순히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강연자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헛헛한 마음에 이제라도 자신을 찾겠다거나,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모험에 떠나는 흔들리고 불안한 인생이 바로 오십이라는 저자의 말에, 나 역시 요즘 많이 흔들리고 있던 터라 마음이 동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인생의 한복판에 다다랐어도 여전히 인간.. 2023. 11. 8.
[청소년]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나는 어른이 되었을까? 자문해도 속시원히 답을 내기 어려운 데다 제대로 논어는 한번 읽어 보지 못해 망설이지 않고 책을 집어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판덩독서'를 만들어 수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는 저자가 불안했던 대학 시절에 경험했던 일들이나 다양한 사례들을 묶어 2천 년 전 공자의 가르침 중 26가지를 뽑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한다. '배움'이라는 키워드여서 청소년들에게 더욱 유익하다. 저자는 세간에 잘 알려진 문장뿐만 아니라 비교적 생경한 문장들도 담았다. 이를 통해 논어가 삶에 어떤 의미로 적용될 수 있는지 깨우침을 전한다. 또 꼭지를 덧붙여 본문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자의 일화도 소개하면서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공자가 노력하는 삶에 대한 가르침으.. 2023. 2. 24.
[인문] 버지니아 울프의 방 - 성을 넘어 자기가 되는 삶 이 책은 출판사에서 기획한 세계 고전을 통해 시대를 관통해 온 관념을 새롭게 바라보는 '이다의 이유'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문학을 통해 가부장적 시대의 여성차별은 여성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방관하지 말고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성찰하게 한다. 여성차별은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래서 "우린 모두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은 1928년 10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여성과 픽션'이란 주제로 한 강연의 내용으로 여성의 주체적인 작품을 위해서는 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지, 왜 년 500파운드가 있어야 하는지, 모든 여성이 어떻게 용기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논란이 많은 많은 주제는 한 사람이 진리를 말하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라는 문장이 페미니즘을 일컫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편견과 .. 2022. 3. 27.
[소설/낭독리뷰] 명작 스마트 소설: 시대를 앞서간 스마트 소설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짧은 소설을 앞으로는 그리 명명하겠다는 출판사의 다부짐이 엿보인다. 한데 창조적인 독자를 위함이라니 도대체 나는 어디서 창조를 얻어야 할지. 어쨌거나 내게 창조적 영감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좋아하는 카프카의 어떤 소설이 담겨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하아… 문 앞에서 입장조차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남자의 이야기는 순간 답답함이 치민다. 인생의 끝은 죽음이라는 것이 법인 것일까? 법의 문으로 성큼 들어가지도 슬쩍 들어가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배회하다 그 문은 오직 자신에게만 열려 있던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남자는 이미 늙고 죽음에 한 발짝 다가선 것이라는 사실이 허망밖에. 로드 던세이니, 그의 작품 은 판타지다. 마치 짧은 영화를 본 것처럼 눈앞에 상점이 펼쳐진다... 2021. 10. 22.
[자기계발/낭독리뷰] 마음챙김의 인문학 - 하루 10분 당신의 고요를 위한 시간 제목은 마음을 챙기라 하는데 시작이 너무 거창해 정작 마음은 위축되어 쪼그라든다. '시작'이라는 화두로 정도전의 개혁 정치, 아니 혁명에 대한 이야기로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한다. 공교롭게도 1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제라도 부랴부랴 뭣이 됐든 자잘한 계획이라도 세워야 하나 싶다. 어쨌거나 다른 거 다 내버려 두고라도 새해부터 넘쳐나는 '급한 일'이 아닌 '중요한 일'을 잘 가려 낼 줄 아는 혜안을 얻었으면 싶다. ​ "진리는 달리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리고 있던 것을 벗겨내면 드러나게 된다." p31 속도의 세상에서 분노와 욕망을 들숨과 날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다스릴 수 있는 진리를 깨달으라는 조언은 생각만큼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정신 차리.. 2021.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