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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낭독리뷰] 마음챙김의 인문학 - 하루 10분 당신의 고요를 위한 시간

by 두목의진심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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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마음을 챙기라 하는데 시작이 너무 거창해 정작 마음은 위축되어 쪼그라든다. '시작'이라는 화두로 정도전의 개혁 정치, 아니 혁명에 대한 이야기로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한다. 공교롭게도 1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 또한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제라도 부랴부랴 뭣이 됐든 자잘한 계획이라도 세워야 하나 싶다. 어쨌거나 다른 거 다 내버려 두고라도 새해부터 넘쳐나는 '급한 일'이 아닌 '중요한 일'을 잘 가려 낼 줄 아는 혜안을 얻었으면 싶다.

"진리는 달리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리고 있던 것을 벗겨내면 드러나게 된다." p31

 

속도의 세상에서 분노와 욕망을 들숨과 날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다스릴 수 있는 진리를 깨달으라는 조언은 생각만큼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그 쉬운 숨쉬기도 어그러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래서 성호 이익은 생각을 멈추라 했을지도 모른다. 아울러 우리의 욕심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과 욕심을 멈춘다 해서 세상 살기가 수월할까 싶지만 노력해야 하는 삶에선 분명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56쪽

 

머리 한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달충의 글과 또 공자와 자공의 즉설은 평가에 있어 과연 무엇을 일희일비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한데 평가에 대한 내용이 중한 게 아니라 평가를 할만한 사람이 평가를 해야 그나마 신경 쓸 거리라도 되는 것이라는 내용은 하나부터 열까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싶다. 특히 SNS의 좋아요에 매달려 감정을 소모할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 좋아요라는 것도 진심 좋아하는 이가 날려야 한다는 말이다.

 

98쪽

 

허난설헌으로 알려진 허초희의 이야기는 봄이 왔으니 과거 공부하러 간다하고 놀러 가자 작당 모의하는 권상신 바로 뒤에 나오니 가슴이 곱절로 아리지 않은가. 무능한 남편과 '조선이라는 시대의 그물에 걸린 약자'라는 저자의 표현이 더 깊게 가슴 떨렸다. 게다가 4월의 차디찬 봄이나 5월 뜨거운 정의를 기억하는 일이 쉽지 않기도 하고.

 

참 많은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나오는데 인간이 지녀야 할 품격부터 익혀야 할 학업, 고전, 철학 등 줄치고 메모하느라 여념이 없게 만든다. 한데 가슴 기쁜 이야기보다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더 많은 건 우리 사는 모습이 그리 썩 유쾌할 일보다는 아픈 일이 더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특히 늦은 나이 서른에 아들을 본 심익운이 지었다는 시 한 소절은 내용을 알고 보니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163쪽

 

또 한편 촉 땅에 사는 개를 비유로 드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보는 일이 비정상'이라는 내용에 한창 권력에 눈이 먼 검찰이나 거기에 편승해 함부로 펜을 놀리는 언론의 비정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말로 가르쳐봤자 허사인 부류들이 아닐까.

"겹이불을 덮고 좋은 탄을 때서 따뜻한 방에서 자거든 세상에는 몸이 얼어붙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아야 하고, 화려한 집에서 푸짐한 음식을 차리게 되거든 세상에는 굶주림을 참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아야 하며, 안락한 일상을 지내거든 세상에는 노역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아야 하고, 만사가 내 뜻대로 되어 기분이 좋거든 세상에는 원한을 품고 억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p261

 

이 책은 새해를 여는 시기를 시작으로 사계를 거치는 동안 얽히고설킨 인간사의 희로애락에 관한 깊은 성찰의 이야기다. 저자가 고르고 고른 고전을 요즘 세태와 연결 지어 기가 막히게 풀어 놓아 김득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곁에 두고 독수기에 실을 만큼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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