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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낭독리뷰] 200가지 고민에 대한 마법의 명언 - 걱정인형처럼 내 고민을 털어놓는 책

by 두목의진심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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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생을 살면서 걱정이 없다는 건 숨 쉬지 않는 거라 생각하고 또 걱정이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터라 내게 적당한 걱정은 활력소다. 뭘 잘해보려고 하니까 걱정도 생기는 거 아닐까? 어쨌거나 내 인생에 크고 작은 고민들을 들쑤셔 본다.


이 책은 우연히 본 글귀에 홀려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저자가 인생 명언 200 가지를 소개한다. 저자가 경쟁에 지칠 때쯤 '체념'에 관한 글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에 그럴만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이가 무려 쇼펜하우어가 아닌가. 또 가훈을 묻는 딸에게 "안 되면 말고!"를 즉석에서 지어 주었다는 박찬욱 감독 역시 그의 체념과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성실과 인내를 앞세우고 거기다 덤으로 끈기까지 무장하고 노력해야 된다고 배우며 자랐다. 사람도 무섭고 귀신도 무서워 해병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건만 현실은 뭐든 안 돼도 되게 해야 했다. 그래야 "남자답게 밥값 하"는 축에 든다고 했다.


한데 살다 보니 안 되는 건 안 되고 더구나 그걸 죽자사자 되게 하려고 애쓰면 더 격렬하게 안 되고 자신만 너덜너덜 해진다. 이걸 오십 줄에 앉고 나서 깨달았다. 열심히 해도 안 되면 그건 능력 밖에 일이다. 쿨하게 포기해야 한다. 만약 포기가 안 된다면 더 애쓸 게 아니라 잘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부하는 게 현명하다. 끝장은 능력부터 갖추고 덤벼야 끝을 볼 수 있는 거다.


책날개에 흥분하고 빼곡한 목차를 보니 어지럽다. 10개의 챕터 속 각 주제에 맞는 20개의 명언을 적어 놓았다. 진짜 적기만 했다. 왜? 어떤 이유로 이런 명언들이 남게 됐을지가 궁금할 때쯤 책은 끝난다. 그렇다 보니 사유의 시간이 남지 않아 그냥 속독만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명사의 언어는 감동적이지 않았다.


아마 나는 단순하게 명언만 나열된 것이 아닌 그들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그래서 그들의 삶에서 내 삶이 스밀 수 있는 한 문장을 찾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28쪽


아, 꿈을 가지라는 명언은 왜 이렇게나 많은지. 꿈을 갖기에는 현실이 너무 팍팍한데 꼭 꿈을 가져야 하나 싶다. 어릴 때 자전거를 원 없이 타고 싶어서 자전거포 주인이라고 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사내자식이 꿈이 작다며 출석부를 세워 머리통을 때렸다. 그리고 대통령이라고 했는데 어차피 되지도 않을 꿈이라는 걸 알았다면 자전거포 주인이 현실 적이지 않았나 싶다. 꿈도 자주 꾸면 그저 피곤만 해진다.

 

49쪽


나와 세대가 같다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보통 밖에서는 너그럽고 안에서는 빡빡한 삶을 살았고, 산다. 내 아버지 세대는 더 했고. 나 역시 남들에게는 친절한 척, 선량한 척 살지만 집에서는 짜증 대마왕이다. 그렇게 타인에게 관대하고 나 자신이나 가족에게 엄격한 삶은 사실 안팎이 다 힘들다. 그래서 33번째 명언은 읽으면서 씁쓰레했다.


책을 읽다 보면 양가감정이 든다. 쓸데 있든 없든, 가치가 있든 없든 현재 짊어진 고민의 무게를 덜어낼 요량이었다. 한데 성공을 향해 질주해야 한다거나 지친 마음을 다잡아 새롭게 거듭나는 게 좋다는 명언에 "그래! 다시 한번 힘내 볼까?" 싶다가도, 좀 못해도 쓰러져도 쉬어도 포기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더 필요한 시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위로보다 힘내라는 명언이 더 많아 왠지 모르게 고민이 더 무거워져버린 느낌이다.

 

155쪽

 

"우연처럼 보여도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손수 엮은 패턴들이 움직인 결과이다." 클로드 브리스톨, p155


요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지기만 하던 차에 우연히 하고 싶던 일에 대한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조건에 망설이고 있는 내가 정작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복잡한 머리를 쉬고 싶었다. 클로드의 말처럼 진짜 우연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하고 싶단 의지의 파장이 패턴을 만들었을까?


빼곡히 소개된 명언들을 곱씹으며 읽다가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만나면 필사를 하며 조용히 읊조리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나저나 프랜시스 베이컨은 독서는 단지 숙고와 고려하기 위해 읽으라는데 그게 재미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나는 언제쯤 그게 될까 싶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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