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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낭독리뷰] 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by 두목의진심 2021.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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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실전 인문학을 표방하면서 '각자도생의 시대'의 팍팍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적 도구라 소개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대일수록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연대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게 어른의 생각이 아닐까? 싶어 살짝 삐딱해져 본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5가지 분야를 다루면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30명의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통찰을 담았다. 어른이라면 어설픈 지식으로 가르침을 설파하는 소위 꼰대 됨을 지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반복하는데 사실 읽다 보면 그 역시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전하는 메시지를 그냥 활자로만 읽고 넘겨 버리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너무 묵직하게 느껴져 심호흡이 필요할 정도다. 어쩌면 그 역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9쪽

 

그동안 여러 서적들에서 부정적 마인드보다 긍정적 마인드가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데 필요하다고들 했다. 어차피 사는 건 피곤하고 고달프니 있거나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아 키득거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이다. 더구나 하루키는 소확행이란 단어까지 만들지 않았던가.

 

한데 몰랐다. 세네카가 긍정보다는 부정을 삶의 정수로 보았다는 것을. 물론 염세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전략적 비관 예측'을 통해 갑자기 닥친 불행에 견딜 수 있는 멘털을 키우라는 주문은 잘 될 거라고 무조건 긍정했다가 밀려든 실패에 무너지는 것보다 나은 인생관이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시시콜콜 부정적으로 보고 안 될 것을 예측하고 행동하는 건 너무 피곤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 사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정과 비관은 환영받기 어렵다. 물론 세네카도 '존재를 똑바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지적하며 지나친 부정이나 비관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실패를 예측해 시작도 하기 전에 멘탈 관리를 하다 보면 아예 시작도 못할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럴 바에야 그 시간과 에너지를 잘 되는 쪽으로 쏟아붓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결국 적정한 지점을 찾는 건 본인의 몫이다.

 

"행복은 무한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이루어지는 많은 행위 가운데에서 얻어지는 작은 감정들의 집합체일지 모른다." p45

 

인간의 사회화 구성은 예나 지금이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은가 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말라는 소확행을 2000년 전 아테네의 한 학당에서 에피쿠로스가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가 추구한 쾌락을 오해하고 있지 않았던가.

161쪽

책 속에 등장하는 한꼭지의 이야기로 에피쿠로스, 베케트, 히틀러, 가의, 노스 등 위대한 사상가들을 제대로 알 순 없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과 철학을 엿보면서 무언가를 깨닫고 더구나 아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분명 어른이 되기 위한 지적 도구로 이 책은, 아니 한꼭지로도 충분하다. 또 그들의 이야기에 저자의 사견이 더해져 독자가 자신만의 사유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다.

 

"사유하여 존재가 생겨 나기에 태어남이 있다." p50
"인간은 변하고 나아지려는 노력을 통해 기회를 얻는 존재다." p167​

솔직히 처음에는 잘난 척하는 저자의 지적 소비로 치부했다. 한데 읽을수록 놀라운 내용에 빠져들면서 진심 미안해지고 무릎을 꺾게 된다. 저자가 펼쳐 놓는 전혀 다른 5개의 분야의 지식은 해박한 정도를 넘어서 내 얕은 지적 수준이 단편적으로도 이해의 한계를 넘나들게 만든다. 그의 정체가 궁금할 정도다.

 

그리고 경제 학자 노스의 '경로 의존성'에 대한 설명은 영화 기생충의 연교가 생각났다. 지인의 소개만으로 집안 도우미를 뽑던 장면이 바로 경로 의존성이 설명하는 관성 아닐까 싶다. 또 SNS의 좋아요에 목말라하며 '인정 자본'이 아닌 자신에 대한 공부를 통해 얻는 '성찰 자본'이 중요한 시대라는 저자의 지적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한 권으로 어른이 될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줄치고 메모하며 곱씹고 새길만한 글들이 넘쳐난다. 여러모로 짧지만 강렬한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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