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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심리]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by 두목의진심 2021.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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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문제 앞에서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복잡한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쓰게 됐다는 이 책은 편승 효과, 바넘 효과, 호손 효과, 요나 콤플렉스 같은 기묘한 심리 현상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심리학을 만나면 행복해진다는 제목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밀어 넣는 듯하다.

 

양장 리커버로 개정 출판한 이 책은 국내에서만 1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로 인간 심리와 관련된 75개의 심리 법칙을 주목한다. 이를 통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세상에서 쉽게 흔들리는 인간의 심리를 재미있게 풀어 준다. 끝까지 읽고 나면 은근 양 떼 효과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인지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그의 강연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모르는 것에 대한 대처 방법을 예로 들면서 "인간은 절대 생각을 깊게 그리고 오래 하지 않는다며 게으르다"라고까지 했다. 그의 관점은 기발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전혀 이성적이지 않은 인지적 오류가 많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이렇게 다양한 인간 심리를 학술적으로 깊게 파고들면서 지식 전파에 그치는 책이 아니라 연구를 통한 심리 법칙을 소개하면서 여러 사례를 곁들여 쉽고 흥미롭게 풀어주면서 인지적 오류를 최소화하거나 심지어 피할 수 있는 방법들까지 덧붙여 설명하니 이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없다. 재미는 덤이고 "이걸 어디에 써먹지?"라는 고민을 하고 앉았다.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알려면 '바넘 효과'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구석구석 들여다보아야만 두루뭉술한 평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p59

 

한때 상남자 스타일이었던(정확히는 목이 부러지기 전) 내가 처녀자리라는 별자리가 참 거시기 해서 양력이 아닌 음력 생일을 끌어다 사자자리인 척하고 다녔던 게 떠올라 빵 터졌다. 이놈의 바놈 효과! 무슨 별자리든 다 거기서 거기인 심리 효과였다니 괜히 쑥스럽다.

 

또 '걷어차 인 고양이 효과'가 보여주는 감정 오염의 고리는 낙수 효과처럼 강자에게서 최약자로 수직으로 전염되는 게 아니라 원래의 고리로 돌아가는, 그러니까 뺨을 얻어맞은 아이에게 걷어 차인 고양이가 애초 감정을 오염시키며 갑질을 해댄 주인을 할퀴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잘못을 깨달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재밌어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무기력이 학습되듯이 낙관주의도 학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절망적인 환경은 없고 절망적인 마음 상태만 있을 뿐이다. 만약 좌절 속에서 버틸 수 있다면 좌절은 자기 인생의 소중한 재산이 될 것이다." p83

 

코끼리는 자신의 코 한마디도 안 되는 작은 말뚝에 매어 있어도 도망가지 못한다는 '학습된 무기력 효과'가 평소 실패에 의한 좌절을 상징하면서도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저자는 여기에 주목해 '낙관주의'도 학습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이 부러져 전신마비 환자 신세에서 지금은 사회복지사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미첼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크고 작은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잠재 능력에 한계를 두었기 때문이다." p99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신만의 재능을 찾는 '발라흐 효과'는 요즘처럼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에 굳건히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을 제시하는 듯하다. 내가 여적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나 스스로를 잘 모른다는 이야기니 어디라도 처박혀 진지하게 성찰의 기회를 마련해 봐야겠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거보다 성공이 성공의 어머니라는 게 같은 어머니라도 더 서글픈 이유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라서가 아닐까? 돈이 돈을 버는 세상에서 나처럼 돈만 가지지 못한 사람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은 장난 아니다. 말 그대로 현타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인 '모태 효과'다.

 

"선택에 직면해 어느 쪽을 정할 수 없을 때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 전에는 망설이지 말고, 선택 후에는 후회하지 마라." p134 뷔리당의 당나귀

 

 

"결국 첫인상의 낙인은 매우 깊고, 오래간다." p147

 

첫인상이 관계를 지배한다는 '초두 효과'는 과거 일이 떠올라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다. 많이 좋아질 거라 호언장담 하던 명의로 소문난 ㅂ병원 족부클리닉 의사에게 다리 수술을 받고 되레 안 좋아져서 다시 재활을 해야 했을 때, 유독 옆 침상 남자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했다. 심지어 붙어있던 침대도 떨어 트려 위치도 바꿨다. 내색하지 않고 원래 그런 사람이려니 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오해를 풀었다.

 

그는 지방의 한 시청 공무원이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이닥쳐 고성에 욕설과 기물 파손을 하던 장애인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장애인만 보면 진절머리가 나는데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나를 상대하기 싫었다고 했다. 이후 침대도 다시 붙이고 형 동생 하며 잘 지냈다. 그가 가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로 인해 '최신 효과' 영향이 미쳤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생면부지의 한 사람으로 내 첫인상이 진상이 돼버린 경험은 누구를 대하더라도 행동에 진심을 담아야 함을 깨닫게 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생각나게 하는 '밀그램 효과'는 놀라웠다. 자신의 행위가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권위에 눌려 고문을 지속한다는 게 이성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실험의 결과를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허탈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자아 심리, 투자와 소비 성향에 따른 경제 관점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그저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놓는 장식용이 아니다. 일상 혹은 직장에서 관계 때문에 종종 수렁에 빠진다면 기가 막힌 자습서가 될 듯하다. 적절한 처방전을 받는 것처럼 옆에 두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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