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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고전/철학] 삶이 무거울 때 채근담을 읽는다

by 두목의진심 2021.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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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말기 사람 홍응명이 썼다는 채근담은 ‘쌉싸름한 교훈이 담긴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더욱이 세속적 욕망을 부정하거나 굳이 초야에 묻혀 지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하니 듣는 것만으로 참 마음에 든다.

 

내용 중에 저자도 지적하지만 채근담은 연세 지긋한 노인의 훈계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읽으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사유한다면 이 풍진세상 분명 지혜로운 나침반이 되리라는 기대가 들어 찬찬히 곱씹으며 읽었다. 삶이야 어차피 늘 천근만근 무겁지 않은가.

 

 

“우리는 이미 순수할 수 없으니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p19

 

인간사 정도에 대한 이야기에서 스스로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다. 빨개 벗고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을 벗어났다면 순수할 수 없다는 말에는 백퍼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는 동안 삶에 스며든 찌든 때가 순수를 뒤덮는 현실을 모르지는 않으니 순수보다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되어야 하겠다는 다짐을 불끈 힘주어 해본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은 비록 그 속에 있어도 마음은 항상 그 밖에 두어야 한다.” p100

 

범인과 군자 사이 어떤 존재의 경계는 없을까. 어차피 내 주제가 삶을 더 지속한다 하더라도 군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범인으로 살면서도 마음 수양은 군자의 것을 좇는다면 관계 속에 있어도 관계 밖에서 빛나지 않을까 싶다.

 

지속 가능하다는 말이 이럴 때 생각난다는 게 곤혹스럽지만 '고달프게 살면 계속 고달프다'라는 내용이 마음을 어수선하게 헤집는다. 역시나 무리하며 사는 모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니 툭툭 털고 황천행에 올라탈 게 아니라면 고달픈 삶이 지속돼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고달프지만 고달프지 않은 삶은 어디에도 없으니 고달프지만 고달픔을 고달프지 않음으로 여기며 사는 삶 또한 더 고달프게 느껴지는 통에 어지럽기만 하다.

 

 

이 책은 채근담 전집에서 119가지의 주옥같은 이야기를 뽑아 저자의 해설을 덧붙였다. 모든 내용이 성찰을 준다고 할 수 없지만 짧은 문장에 담긴 의미는 결코 짧지 않다. 목차를 따라 읽어도 좋고, 귀찮다면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다. 문장의 깊이와 무게를 곱씹으며 인생을 들여다볼 좋은 기회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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