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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728

[시] 시는 향기를 날리고, 잠 시 향 시인 나태주가 시를 맡고 향기작가 한서형이 향을 맡았다는 독특한 시집, 잠시향은 책장을 열자 깊은 숲 속이 열린 것처럼 피톤치드의 향이 코끝에 상쾌함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먹 냄새 같다고 했는데 가만히 코를 대고 킁킁거려 보니 정갈하게 갈아 놓은 먹의 향 같기도 해서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살냄새 외에 다른 향기를 덮는 걸 좋아하지 않아 향수도 쓰지 않는데 잠시향의 향기는 싫지 않다. 어쨌든 향기시집 답다. 친절하게 책 사용법도 있다. 잠시향이 잠을 위한 향기인 줄 몰랐다. 하여 난 출근 후 짬이 난 시간에 시집을 펼쳤다. 코 끝을 책 어딘가에 처박고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하게 된다. 어디에서 이렇게 상쾌한 향기가 묻어날꼬. 밤이 아닌 아침이라 그럴까? 잠은 오는 게 아니고 달.. 2023. 12. 14.
[여행] 끌리는 개취 여행, the ORANGE 머묾 여행 세 명의 작가, 세 개의 여행론을 읽다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가만, 이게 생면부지 작가에게 느끼는 감정이라니 좀 생뚱맞긴 한데 다름 아니라 '날마다 아름다운 순간을 수집' 한다는 조정희 작가의 을 읽었던 반가움이다. 벌써 3년이나 흐른 시간 속에 그의 여행법이 얼핏 기억을 더듬게 만들어 이 책도 기대 된다. 이들이 엮어낼 33개의 공간 속 여행은 어떨까. 그 공간을 나타내는 태그와 QR코드는 가보지 못한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나처럼 여행을 보통 책으로 하는 이들은 오렌지색이란 창조보다는 놀라움에 가깝다. "이제는 내 곁에 없는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데 사랑은 남아 있어서, 나는 그 사랑에 기대고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26쪽, #2 부산 .. 2023. 12. 12.
[에세이] 골목의 재발견, 우리 동네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다 '매우'에 방점이 찍힌 친절한 사장님이 계신 그 동네가 한적한 시골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 마곡동이라는 게 조금은 우리 동네와 이질감이 느껴졌다. 프롤로그에 소개되는 마곡동 일대, 마트럴 주변 아울러 그 친절한 사장님의 주 종목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아파트 숲에 둘러 쌓여 듬성듬성한 섬처럼 어쩌다 찾게 되는 우리 동네는 친절한 느낌의 사장님이 계시던가? ​소개되는 그 친절한 사장님이 한 명이 아니라 떼로 등장할 줄이야! 양천로 30길 주변 대로 주위로 자리 잡은 가게들이 담긴 일러스트를 보니 TV에 등장하는 동네 한 바퀴가 생각난다. 이 골목을 따라 9개의 상점이 소개되는데 QR코드로 가게 SNS로 바로 연결되고, 아기자기한 입구 일러스트는 조금 더 입체적이게 만든다. 너무 궁금증을 자극하는 통에 N사의 .. 2023. 12. 8.
[소설] 책세상 카뮈 전집, 이방인 카뮈의 대명사인 이 책을 이제서야 읽는 이유는 뭘까. 딱히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마음도 없는데 서평단 모집에 고전 작품이 올라 오면 나도 모르게 줄 서 보게 된다. 책 깨나 읽었다는 남들 다 읽는 고전을 읽지 못했다는 자책이 있나? 암튼 그동안 여러 이방인에 줄 서 보았지만 번번이 진짜 이방인이 된 것처럼 배제되더니 이 핑크의 예쁜 표지로 무장한 이방인은 나를 받아 들여 주었다. 알베르 카뮈 탄생 110주년을 맞아 출판사 책세상에서 카뮈 전집을 개정 보완해서 선보인다. 그중 첫 번째 작품은 부조리를 다룬 이방인이다. 카뮈는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의 번역은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고려대 불문학과 명예교.. 2023. 12. 6.
[시] 오래 만나고 싶은, 시詩계절 2 이런 작가 소개에 빙긋 미소가 절로 나는 게 비단 나뿐이 아닐 테지만 자꾸 읽게 된다.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와 닮았다니, 그의 촉촉함을 믿어 보게 된다. 시집 를 쓰고 두 번째다. 사랑, 그 감정 아니 감각은 분명 세월이 변해서 변했다. 아내가 아내가 되기 전 연인이었던 때가 있었고, 그때는 약에 취한 것처럼 하루 종일 달 뜨게 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이 그러했다. 잊었던, 소멸된 세포를 그의 시가 시작부터 나를 깨우고 시간을 그때로 돌려 놓았다. 나는 지금 많이 달 뜨고 있다. 아내를 본다. 밤 파도가 밀려와요 지금 파도가 중요한가요 이렇게 그대가 밀려오는데 18쪽, 청사포 *너의 외로움을 스친 바람이 내 뺨에 닿았다, 라니 어쩜 이리 절절한 마음이 제대로 퍼지는지 모르겠.. 2023. 12. 1.
[에세이] 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 순간 기록자라는 작가, 살아내는 삶에서 자취를 감추는 '당신'들을 기억하는 기록이라는 그의 말에 손끝이 찌릿했다. 내게는 애닯게 기록할 만한 당신이 있던가. 읽는 내내 쓸쓸한 이별이 손끝에 잔뜩 묻어나는 그의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되레 또렷해진다. 그래서 산문이라기엔 그의 깊은 나락은 너무 짙다. 그의 언어는 감탄하게 되는 시다. 언제쯤 슬픔을 걱정하지 않고서 사랑할 수 있을지 묻는 를 음미하다가 그의 사랑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고, 밀어내려 애쓰는 그의 언어와는 달리 '당신'이 밀려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쩌면 그렇게 매달려야 살 수 있었을지도. "우리는 사랑하는 타이밍은 맞았는데, 이별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아는 아직, 우리에 대한 사랑을 끝맺질.. 2023.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