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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가 소개에 빙긋 미소가 절로 나는 게 비단 나뿐이 아닐 테지만 자꾸 읽게 된다.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와 닮았다니, 그의 촉촉함을 믿어 보게 된다. 시집 <시계절, 도레미파솔라詩>를 쓰고 두 번째다.
사랑, 그 감정 아니 감각은 분명 세월이 변해서 변했다. 아내가 아내가 되기 전 연인이었던 때가 있었고, 그때는 약에 취한 것처럼 하루 종일 달 뜨게 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 시간이 그러했다.
잊었던, 소멸된 세포를 그의 시가 시작부터 나를 깨우고 시간을 그때로 돌려 놓았다. 나는 지금 많이 달 뜨고 있다. 아내를 본다.
밤 파도가
밀려와요
지금
파도가
중요한가요
이렇게
그대가
밀려오는데
18쪽, 청사포
*너의 외로움을 스친 바람이 내 뺨에 닿았다, 라니 어쩜 이리 절절한 마음이 제대로 퍼지는지 모르겠지만 무한 반복하게 만드는 시구에 취하고 만다.
이 시집은 도무지 눈으로만 읽을 수 없어 처음부터 다시 소리 내어 읽는다. 누구라도 분명 그렇게 될 테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꾹꾹 밟혀서, 그래서 감사하게도 버석한 마음이 조금 많이 촉촉해졌다.
눈발 날리는 제주 애월의 검푸른 바다가 눈에 밟히는 그런 계절에 읽어 더욱 좋았다. 표지가 너덜 해질 때까지 오래 만나면 좋을 시집이다.
*33쪽, 동굴과 월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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