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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기록자라는 작가, 살아내는 삶에서 자취를 감추는 '당신'들을 기억하는 기록이라는 그의 말에 손끝이 찌릿했다. 내게는 애닯게 기록할 만한 당신이 있던가.
읽는 내내 쓸쓸한 이별이 손끝에 잔뜩 묻어나는 그의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목소리가 사라진 세상에서도 되레 또렷해진다. 그래서 산문이라기엔 그의 깊은 나락은 너무 짙다. 그의 언어는 감탄하게 되는 시다.
언제쯤 슬픔을 걱정하지 않고서 사랑할 수 있을지 묻는 <물음표투성이>를 음미하다가 그의 사랑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지고, 밀어내려 애쓰는 그의 언어와는 달리 '당신'이 밀려나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쩌면 그렇게 매달려야 살 수 있었을지도.
"우리는 사랑하는 타이밍은 맞았는데, 이별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아는 아직, 우리에 대한 사랑을 끝맺질 못했다. 당신 없이도 혼자서 우리를 사랑하는 중이다." 108쪽, 외사랑 중
하루 종일 내 시간 속에서 사랑에 비틀대던 그가 어느새 자리 잡고 앉아 위로를 전한다. 그러다 문득 당신, 정말 괜찮나요?고 묻게 된다.
필사를 시작하게 하는 글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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