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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심리] 나를 사랑할 용기 - 인간관계를 둘러싼 88가지 고민에 대한 아들러의 가르침

by 두목의진심 2016.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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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유명세를 치렀던 작가의 전작인 <미움받을 용기>를 읽지 않았다. 대부분의 심리서들이 마음으로 다독이는 데 치중하고 있어 다 좋은 말의 향연뿐이라는 태도였다. 단언할 수 없지만 그런 책들과는 <나를 사랑할 용기>는 조금 다르다. 그저 미사여구로 위로하기에 급급하지 않다. 하지만 조금은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88가지의 고민에 대한 명쾌한 상담을 통해 지금 나의 고민에 대한 접점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

 

솔직히 맞는 말이긴 한데, 내 감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자는 "그건 타인의 과제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인간이 '사는 일 '에 타인의 감정을 염려하지 않은 수 없으니 모든 이야기에 수긍할 수는 없었다. 또한 요즘 잔소리 대마왕이 되고 있는 나에게 잔소리는 타인에 대한 '간섭'이며 '개입'이라는 말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쉽게 읽히고 많은 부분 공감된다. 따뜻하게 위로하면서 명쾌한 감정 정리를 해준달까. 마음 어지러울 때 옆에 두고두고 읽으면 마음 다독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전작도 읽어야겠다.

 

첫 번째 가르침. <거절을 못한다>에서 "타인이 어떻게 평가할지, 의견을 내놓는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하는 것은 당신의 과제가 아니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얼마 전에 읽은 법륜 스님의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았다. "그들의 평가는 그들의 몫이니 굳이 당신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셨다. 그래서 나름 이성적 머리는 "그래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 이면에 살짝 숟가락을 얹는 감정이라는 녀석은 불안해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친구와의 관계에서 싫은 것을 싫다고 했다가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못하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해놓고 집에 와서는 잠도 못 이룰 것이다. "잘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느라 말이다. 오죽하면 야근하는 부장 눈치에 다시 자리에 앉는 광고에서도 그러지 않은가. 일주일 내내 기다리던 불금인데도 말이다. 직장인의 현실은 이런데 어찌 싫은 걸 싫다고 호기롭게 외칠 수 있을까. 어쩜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안 하는 게 오히려 속 편한 게 아닐까 싶다. 참 세상 살기 쉽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과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은 절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고, 타인은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39쪽

 

일곱 번째 가르침.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보다가 웃음 터졌다. 다름 아닌 한창 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른의 자격을 세 가지로 정의하는데 그중 첫 번째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면 어른이 아니다."라고 직언하고 있다.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기 위해 자기가 결정할 문제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정확하게 짚었다. 그런 어른스럽지 못한 이에게 나라를 맡겼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닐 수밖에.

 

"단, 거절당할 수도 있다고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45

 

여덟 번째 가르침. <외톨이가 될까 봐 두렵다>는 그동안 인간관계, 특히 친구라는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때 읽었던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고 두 명이면 많고 세명은 불가능하다."라는 글귀와 맞닿아 있다. 역시나 인간관계는 어렵고 그중에 친구는 더더구나 그렇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 하더라도 거절하는 게 쉽진 않다. 

 

열세 번째 가르침.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친구>에서도 "우정이라고 해서 늘 변함이 없는 건 아니란 사실도 알아두어야 한다. (57쪽)"고 하며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의 평가가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평가와 당신의 본질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 92쪽

 

스물여섯 번째 가르침. <취업이 안되니 위축된다.>에서 위에서 한 저자의 말은 이해하지만 공감하긴 어렵다. 나를 두고 타자에게 험담을 쏟아낸다면 나를 잘 모르는, 내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은 험담하는 이의 기준과 시선에 나의 가치가 정해지지 않을까? 물론 이런 반론에 저자는 그 역시 "그의 과제일 뿐이다."고 말하겠지만 독불장군이 아닌 이상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적이지 않은가. 물론 과도한 신경으로 신경쇠약까지 된다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5장의 직장 스트레스> 편은 직장 생활 안에서 만들어지는 "어려움"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대부분의 부하직원을 거느린 상사들은 자신이 리더라고 착각한다. 리더는 되려 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부하직원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인정욕구"으로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하나,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나만의 방식으로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이다.(127쪽)"라는 구절은 동의하기 싫다. "나 아니면 안돼!"라는 식의 일 처리는 회사에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고 스스로도 처음에는 존재감으로 어깨에 힘 빡!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아파도 결근은커녕 자릴 비우는 것도 부담감으로 작용할지 모른다. 내가 없어도 업무가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가 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존재감이 없는 게 아니라 새로 접하는 사람이라도 바로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 사람이 진정 일 잘하는, 존재감 높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오늘 그를 만나는 당신은 어제의 당신이 아니고, 그 역시 같은 사람이 아니다." 155

 

마흔일곱 번째 가르침. <설렘이 없는 관계>를 읽으며 아내와의 관계를 생각한다. 17년을 부부로 산 아내와 나는 크게 다툰 기억이 없다. 아이들 문제로 언쟁은 좀 있었겠지만 감정이 상해 "사네, 못사네"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아내가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내게 이런 말을 한다.

 

"두고 보자 보자 했더니 정말 너무하다고, 어떻게 크리스마스인데 선물은 고사하고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넘어 가냐"고.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올 해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해에도 딱히 아내와 둘이 뭘 한 기억이 없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늘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 하나와 트리 그리고 맥주 한 잔이 전부였던 것 같은데 아내는 내가 마음 쓰지 않는 것에 불만이 있었나 보다. 귀엽지 않은가. 17년 차 부부이며 마흔을 넘어 쉰이 내일모레인 그런 아내의 투정이 싫지 않으며, 그런 아내에게 여전히 설렘 설렘 하는 내가 행복하다. 아내는 어제의 아내가 아니고 나 역시 어제의 내가 아니므로 오늘도 우리 부부는 신혼처럼 설렘 설렘 하다

 

쉰두 번째 가르침. <마음이 변한 것 같은 남자친구>"남자친구가 당신은 사랑한다는 증거 없이는 그를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거래이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167쪽)"는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 전 법륜 스님의 영상을 봤는데 스님 역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여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아서 고민이라는 질문에 스님의 직언은 "장사나 해라"였다. 셈을 그리 좋아하니 장사를 하면 잘하겠다는 말씀이셨는데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떠한 인간관계는 내가 주는 만큼 돌려받으려 한다면 그건 거래고 장사다"라는 말씀이셨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은 내 과제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과제니 내가 이러쿵저러쿵 안달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한창 고민에 휘둘리는 사람은 죽을 지경이겠지만 이야기하는 사람에겐 참 속 편한 답변일지 모르겠다.

 

일흔여섯 번째 가르침. <참견이 심한 시어머>에서 "칭찬받고 자란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인정받기를 강렬히 원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가 알아채 주지 않으면 미움받을 짓을 해서라도 인정받으려고 한다.(240쪽)"라고 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아이들에게 칭찬을 퍼붓고 격려해야 한다고들 말하는 이가 많은데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면 과연 칭찬을 하는 게 좋은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여든 번째 가르침. <은퇴 후기 블안하다.>는 요즘 내가 자주 고민에 휩싸이는 화두다. 은퇴 이후 무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딱히 할 수 있는 것들이 떠오르지 않기도 하거니와 경제적인 부분과 하고 싶은 것들의 괴리가 염려되기도 해서인데 "매번 아직 늙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면 이미 젊지 않은 것이다.(256쪽)"이라는 생각은 아예 안 드는 것은 무슨 연고인지 모르겠다. 난 벌써부터 그냥 늙었다는 생각이 많은데 말이다.

 

 

글 : 두목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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