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 감독 작품인 <빅 아이즈>를 보았습니다. 미국 미술사의 중요한 이슈였던 '저작권'을 이야기한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영화로 옮겼답니다. '킨' 여사의 영향을 받아 팀 버튼 감독의 작품 세계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눈이 커다란 <빅 아이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캐릭터들이 맘에 들네요. ㅋ 솔직히 '팀 버튼'이라는 기이하고 독특한 그만의 판타지 창작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기에 영화의 내용은 잘 모른채로 포스터에 그려진 눈이 큰 아이를 보는 순간 그의 판타지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왠지 무섭기도 하지만 그만의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전해지는듯한 무표정하지만 수만가지 표정을 담은 눈 깊은 소녀를 통해 아주 흥미로운 판타지가 펼쳐질꺼라는 기대감이랄까요.
하지만 영화는 기대와는 반대로 너무 정숙합니다. 답답할 정도로 느려터진 전직 기자의 나레이션을 좆아 <빅 아이즈>의 창작자가 누구냐 하는 진실공방을 관객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니 뭔가모를 허무함이 느꼈습니다. 판타지 오락물을 기대해서 그랬겠지요. 그의 판타지에 대한 저의 홀릭은 1985년에 시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어메이징 스토리>라는 TV시리즈에 한 꼭지로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패밀리 독>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시작되었습니다. 저 역시 애니메이터로 일하던때라 그의 작품은 말 그대로 제게는 판타지의 대명사가 되었지요. 그의 애니메이션 장편 작품들은 거의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여하튼 <빅 아이즈>는 그런 판타지와는 많이 다르네요.
<빅 아이즈>에 등장하는 소녀 그림들은 화려한 색채와는 달리 어둡게 보여집니다. 창작자이지만 앞에 나타나지 못하는 마가렛의 심리가 담겨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술은 사적인 영역'이라는 마가렛을 통해 말하는 감독의 자조적인 목소리와는 달리 <앤디 워홀>의 작품을 그저 프린팅 해댄 전단지 취급하는 투는 미국의 미디어 예술을 약간의 비꼬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영화에서는 마가렛(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는 좀 아쉬웠습니다. 창작자로서의 위기의식과 자존심으로 위태로운 그녀의 심리적 갈등이 그닥 표현되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잔한 개인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디 딱 집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입니다. 그가 보여주는 판타지가 아니라 너무너무 지적인 영화여서 그런가 봅니다. ^^
모딜리아니 풍의 그림을 닮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는 마가렛의 심리가 절절하게 전해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네요.
예술작품이 싸구려 프린팅으로 전락해 버리는 순간을 대중예술이라 말하는 현대의 대중예술을 비꼬는 자조적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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