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을 보았습니다. 비단 60~70년대의 주류 음악이라 국한 시킬 수 없는 시대의 문화 아이콘이었던 음악다방의 대명사였던 그 이름의 영화이며, 과거의 기억을 훌쩍 뛰어넘어 2014년말 방송가와 콘서트장을 누비는 일흔을 바라보는 그들로 하여금 마음이 설레던 그 <쎄시봉>을 말입니다. 아, 근데 왜 이리 아쉬운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작년 복고라는 이름으로 드라마와 영화 등 80~90년대의 추억 들추기가 방송가를 중심으로 번지더니 결국 그 시대를 앞선 <쎄시봉>까지 불러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유신이라는 미명하에 군사정권에 모든것이 '검열'되던 시대. 치마길이 뿐만아니라 노래가사와 사람들의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시간까지 제한되는 시대의 아픔이 드러나지 않게 적절히 표현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 시대의 암울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내려고만 했다면 여타 다른 그 시대의 영화와 별반 다를게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쎄시봉>은 어두운 이야기만 들춰내는 이야기만 하는게 아니라 청춘들의 사랑과 번민에 대한 상흔을 기억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근태가 자영에게 오밤중에 목놓아 전화기 넘어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에서는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사실이야 어떻든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였던 '이장희'의 대마초 사건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에 성공한 이야기이죠. 이런 큰 줄거리에 당시의 <쎄시봉>을 주름 잡았던 그들의 청춘과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추억에 젖게 만드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중간중간 백뮤직으로 흐르는 이장희, 송창식, 트원 폴리오의 음악들은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마력같은 힘을 보여주네요. 하지만 추억에 젖게는 하지만 재미를 느끼게 해주지는 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상의 인물인 '오근태'와 '민자영'을 만들어 냈음에도 그 캐릭터가 보여주는 전체적 새로움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20년이 흐른 머나먼 LA에서 우연히 20년만에 재회한 장희와 근태는 서먹하지만 회포를 풉니다. 그리고 다시 헤어지는 근태는 '난 너희 친구가 아니야'라는 말을 남깁니다. 감독은 근태를 통해 당시 군사정권이 포크음악으로 하나되는 청년들을 단속하기 위해 <쎄시봉>을 희생양으로 대마초 사건을 만들어냈던 그 시대의 아픔을 들추어내고 자영을 향한 아픔과 회한으로 주저앉아 오열하는 뒷모습에 단순한 추억더듬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사실 이 야기가 사실적인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만으로 밋밋할꺼라는 생각에 장치를 한것이 아닌가 싶네요. 마지막 근태의 뒷모습을 좇는 장희의 눈과 근태와 자영의 눈맞춤, 그리고 트리오의 포옹까지 대사없이 바라보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역시 밋밋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픔, 용서, 화해.. 뭐 이런 감정쯤이야 세월에 묻어두어도 될만큼 서로의 그리움이 전부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어쨌거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네요.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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