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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7

[인문] 이직을 피하는 방법, 사무실의 도른자들 스치듯 봐서 그랬나? 처음엔 '도른자'가 아닌 '노른자'로 읽었다. 왜 그랬을까? 내심은 보기 싫은 인간보다 노른자처럼 핵심적인 인간이 되고 팠을까. 그리고 제대로 제목이 보이니 책이 더 흥미로워졌다. 사무실 빌런들이야 굳이 뉴욕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기도 널리고 널려서 새로울 것도 없지 않을까 싶지만, 이런 뉴요커 빌런들을 앞세운 뉴욕대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테사 웨스트의 연구는 눈여겨볼만하다. 그는 직장 안팎에서 겪는 여러 사회관계의 문제를 20년 동안 3천 명의 인터뷰 연구 결과를 토대로 7가지 유형의 도른자를 구분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한다. 시작에 앞서, 프롤로그에 이 책의 사용설명서 격인 설명에 꽤 길게 할애한다. 강약약강, 성과도둑, 불도.. 2023. 11. 23.
[에세이] 이 정도의 다정함이라면 혹시?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작가 김민섭의 책 을 읽으며, '작가의 작가'라는 말에 꽂혀 김혼비라는 인물이 너무 궁금해 덜컥 그의 책을 주문했다. 세상에 제목도 딱 내 취향이다. 니. 나는 절대 죽을 일 없겠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그다지 매사 최선을 다하지 않을 예정인 마음으로 흐뭇하게 창을 닫았다. 젠장! 조금만 조급하면 그나마 없는 꼼꼼함도 백만스물한배쯤은 더 없어지는 걸까. 책을 받고 보니 작가 황선우와 김혼비의 콜라보다. 그것도 편지를 주고받은 걸 모았다니. 두 작가의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우선은 작가 김혼비의 필력이 궁금했으므로 얼마간 김이 샜다. 표지에 주저 앉은 곰이 눈에 띄었다. 제목만큼 최선을 다한 미련한 곰일 테지. 매사 영혼을 갈아 넣는 일이 별로 없는 적당히 게으른 인간이라서 번아웃은 그냥 머리로 이해.. 2023. 9. 28.
[에세이] 청춘 성장 분투, 청춘유감 ​멋지다! 쓰고 찍는데 발표되고 상영된 적 없다니. 그것들에 대한 집념이고 무한 애착 아닐까. 멍하니 노려보는 눈매도 그렇다. 누가 그랬다. 아프니 청춘이라고. 뭘 몰라 휘청댄다는 듯하게.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실은 중년도 노년도 다 아프다. 살아 있으면 다 그렇다. 그래서 작가는 유(有)감이라 했을까.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목차를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작가 소개에 홀려 느릿하게 읽는다. 울고 넘어졌단 그의 이야기에 내 이야기를 끼워 맞춰 보려 애쓰는 내가 웃겨 서둘러 넘긴다. 이 책, 왠지 단숨에 읽을 듯한 예감이 든다. 프롤로그에서 스스로 정말 기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자괴하면서 걷는 그의 모습에서 복지 현장에서 나 역시 그러고 있는 걸 확인 한다. 중요한 대목과 그렇지 않은 대목을 취사 선택하.. 2023. 7. 20.
[인문] 애널로그 생존과 쾌락을 관장하는 놀라운 구멍, 항문 탐사기 항문이란 단어에 탐사기라는 단어가 혹심을 자극하는데다 풍선으로 표현한 재치 넘치는 표지에 살짝 흥분했다. 벌써부터 재미있다. 게다가 딱히 의료계 종사자가 아닌 일러스트레이터의 시선으로 탐사된 항문이라 더 흥미롭다. 민망하고 부끄러워 쉬쉬하는 항문, 이 인체의 중심이고 수정된 후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기관이라니 왠지 항문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궁금해서 원제를 찾아봤더니 '똥구멍 조약'이다. 근데 왜 출간 제목이 애널로그지? 항문의 기원부터 항문의 존재 이유 등을 재치있고 때론 놀랍고 때론 흥분하게 만드는 갖가지 이야기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아마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다 여기에서 똥구멍을 드러내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종들의 보고다. 읽다 보니 박장대소하면 괄약근을 탄력적으로 만들어 성감.. 2023. 1. 10.
[소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나치의 패망 끝에 드러난 신비로운 색, 프러시안 블루에 이어 나폴레옹의 유배에 종지부를 찍게 한 비소, 하버의 참혹한 질소 등등, 읽기는 하되 책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 정작 이 신비로운 색을 만들어 낸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들의 배를 불리면서 세상에 퍼졌다는 이야기. 그 유명한 괴링이나 그밖에 찰나의 순간 목숨을 끊으면서 도피처를 찾았던 그들이 씹은 시안화물 캡슐의 세세한 묘사는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한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탐욕과 물질의 발견이 이리도 스펙터클 하게 쏟아내는 작가의 지적 수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뜻밖에 알게 된 질소의 능력이라니. 하기야 내가 화학이나 물리에 대해 뭘 알았겠냐 싶지만, '20세기 가장 중요한 화학적 발견'이라며 하버에게 노벨상을 준 이유가 공기에서 질소를 .. 2022. 7. 3.
[문학/에세이] 날개 꺾인 너여도 괜찮아 과연 신은 정의로운가. 드라마 도깨비에서 신은, "너희에게 운명을 주었고, 나는 질문하는 자다. 질문에 대한 답은 너희가 찾아라."라고 한다. 인간의 운명에 대한 삶의 방향에 대한 기가 막힌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하여 매우 곤란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그 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의 고통이 예사롭지 않았다. 자꾸 도깨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좀 그렇지만 하도 인간사에 대한 울림이 있던 드라마여서 좀 가져다 쓴다. 전생에 감당하기 힘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기억을 지우고 죄지은 자들에 대한 분노를 삭여야만 하는 벌을 받으며 저승사자가 된다 하였다. 한데 장애인은 무어란 말인가, 죄를 어정쩡하게 지어 사람으로 환생하지 못하고 사람이되 사람대접 못 받는 장애인으로 태어나는.. 2017.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