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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_TV16

[에세이/낭독리뷰] 당신이라는 자랑 "사람은 힘든 일이 몰려오면 이유를 찾고 싶어 합니다." 7쪽 ​ 무기력하고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향한 위로, 어쩌면 사랑. 누군가의 삶을 위로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도 작가는 거침없이 그러고 싶다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담담하면서도 아주 따뜻한 자신의 이야기에 생각들을 얹어 마음을 전한다. 산문과 에세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와중에 틈틈이 박혀있는 그의 시는 빼곡히 채워진 그 어떤 페이지보다 오래 머물게 만들고 오래 되새기게 한다. ​ 출근 길이 밀리기 시작하면 대책 없이 운전만 해야 하는 터라 오늘도 새벽 출근을 해서 조용한 사무실에서 책을 읽는다. 한 명씩 한 명씩 직원들이 밀려드는 시간인데 하필 작가가 월급을 탔다. 왈칵 눈물이 터져 활자가 흐릿해지고 훌쩍댔더니 감기 걸린 거.. 2021. 4. 3.
[소설/낭독리뷰] 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곰치가 살아 온 세상은 늘 이랬다. 아픔의 이유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었다. 그러는 동안 심장은 밤 껍질처럼 단단해졌다. 발목에 숨겨 놓은 잭나이프로도 그것은 베어지지 않았다." 20쪽 이상하리만치 곰치의 세상이 작가의 세상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떠나질 않았다. 지리멸렬한 삶은 아닐지 몰라도 뭔가 생기는 죽은, 어쩔 수 없는 삶 같은 곧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건조함이랄까. 어쩜 내 삶이 그럴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내겐 쉽지 않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한데 아이러니 한건 음습하진 않지만 어두운 공기를 잔뜩 묻힌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단편이라 호흡도 짧게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그리고 소설 전체에 밑간처럼 베여있는 '문학'이라는 양념이 작가의 또 다른 삶의 공기였.. 2021. 3. 30.
[에세이/낭독리뷰] 아빠 일기장을 몰래 읽었습니다 시작에 앞서 이 책으로 자신의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에 기분이 묘했다. 나는 여전히 고집불통에 권위적이신 아빠가 있고 성질 불같은 아빠이기도 해서. 종호 스쿨의 김종호 선생과는 다르게 나는 아빠는 무관심하는 게 아이들 진로에 좋다는 이야기를 핑계 삼아 얼굴도 모르는 선생들에게 기회를 넘겼다. 그런 일이 종호 스쿨을 보면서 가슴이 덜컥거렸다. 게다가 나는 잘한다고 칭찬에는 박하고 못한 건 크게 혼내는 편인 아빠다.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사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지만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88쪽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이에게 털어놓는 마음치고는 꽤 슬프게 들렸다. 누구나 선망한다고 할 수 있는 작가, 그것도 일터가 방송국이라면 더욱더 그럴듯한 직업임에도 행복하지만.. 2021. 3. 29.
[사회/낭독리뷰] 기나긴 청춘 -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청년 실업을 포함한 헬조선이란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유독 마음이 쓰이는 제목이다. 주 배경이 프랑스지만 어른이 유예된 청춘들의 이야기야 어딘들 그러지 않겠는가. 표지는 즐비하게 주차된 차들 한가운데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유독 도드라진다. 비틀거리지나 않았으면 싶은데 끝도 보이지 않는 길은 우울하다. 오랜 시간 주 35시간 노동 효과를 연구한 프랑스 사회학자 장 비야르가 전하는 이 시대 청년들의 정체성에 포함된 함의가 궁금했다. 그는 더 이상 청년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에서 기성세대처럼 평생직장을 꿈꾸는 연속성으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며 현대는 단속성의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과거 통계 자료를 토대로 개인 노동시간의 변화, 여가에 따른 산업의 변화 나아.. 2021.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