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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8

[뷰티 인 더 글라스] 선택은 언제나 각자의 몫인게다 사장 딸에게 밀려 갑작스럽게 원치 않은 은퇴로 내몰린 펠릭스(리처드 카인드)는 아내 앤(라리사 올리니)의 승진에 더욱 고립감을 느낀다. 자존심에 겉으로 들어낼 수 없지만 점점 더 펠릭스는 고독해진다. 여기까지는 은퇴 후 방황하는 중년의 삶을 조망하는 영화로만 생각했다. 더욱이 패션 감각이라곤 1도 없는 팰리스에 비해 아내 앤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인물로 대비되어 그려져 더 초라하게 느껴진달까. 어쨌거나 마트를 갔다가 혼잣말을 하며 행복하게 떠드는 여자를 보게 되고 자신에게도 은퇴 선물로 받은 같은 안경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사실 이 장면은 오해할 소지가 충분한데 펠릭스는 단박에 눈치챘다. 어쨌거나 펠릭스는 안경을 착용하고 어기를 만나고 그녀의 미모에 놀란다.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인물로 .. 2021. 3. 6.
[소설] 엄마의 엄마 2020년에 열일곱인 작가의 현실은 어떻길래 이런 현타 작렬하는 문장이 뽑아질까? 이런 불평등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가? 참 사이좋게 느껴져 버리면 어쩌나 싶다. "돈이란 천하를 도는 법이라는데 이상하게 그 돈이 갑부들 사이에서만 돌고 우리에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약간의 찌꺼기도. 그리고 그 찌꺼기조차 얻어먹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도, 빼앗아야 할 때는 가차 없는 것이 이 세상이다." p11 전작 을 읽으면서 하나미와 엄마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살짝 달 뜨기까지 했던 기억에 다시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누구라도 가난을 이렇게 긍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이라고 애써 판타지 영역으로 넘기고 싶지만 그래도 하나미의 매력은 그저 매직이라서 삶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된 하나.. 2021. 1. 20.
[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엄마가 죽었다. 큰 아들 빅 엔젤은 자신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위해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집합을 시켰는데 엄마가 선수를 쳤다. 죽음과 생일. 다르지만 묘하게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듯하게 중의적인 느낌이다. 엄마는 죽고 큰 아들이자 집안의 전설인(근데 왜 전설처럼 군림하는지 그다지 설명은 없다.) 빅 엔젤마저 암으로 죽어간다. 슬픈 듯 슬프지 않은 이 집안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독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죽음의 디즈니랜드라니!(p81)' 장례식장에 딸린 묘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암울하거나 눈물바다로 얼룩진 그런 죽음이 아니라 축제나 놀이동산같이 인생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살짝 가벼운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정리되지 않는 이 집안 식구들의 .. 2019. 12. 22.
[심리/에세이] 마흔에게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인간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공헌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아직 건강한 사람들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p9 참 공감되는 말이 아닌가. 정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이미 '가치 있는' 존재다. 장애가 있든 없든. 어쩌면 장애란 살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의 어느 하나씩 잃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누군가(심지어 사회복지사였다) "장애인도 일을 해야 가치가 있다"라며 목에 핏대를 올리며 열변을 토하던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사회보장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사는 장애인을 '놀고먹는 사람'으로 이야기하던 그에게 아무리 인간적 '가치'를 설명해도 그는 "그건 네 생각이고"라며 귀를 닫았다. 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문장이다. 2장 '어제.. 2018. 12. 4.
[영화/소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는 이미 영화로 충분히 아릿한 감정을 경험했음에도 아버지 료타에 빙의되 그의 섬세한 감정선과 표정이 떠오르며 읽는 내내 마음이 다시 한번 흔드렁거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꾸만 시선이 게이타의 얼굴로 빠져들 듯이 집중되었다. 어떻게든 정신을 분산시키고 싶었다." p39 온갖 정성으로 6년을 키운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솔직히 가늠은 되지 않지만 일에 빠지든 뭐라도 하지 않으면 깊어지기만 할 상처를 알기에 료타의 행동이 더 아프게 전해진다. 애정이 애증으로 바뀔 수 있는 그 간극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 자체가 이미 미안한 일이 되어 버린 료타의 시선이 떨리듯 감정도 함께 떨린다. "역시 그런 거였어" .. 2018. 8. 14.
[가족/사회]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 가족의 틀을 깬 놀라운 신상 가족 밀착 취재기 tvN에서 '가족'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한 다큐멘터리는 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후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라는 제목의 책으로 나왔다. 궁금했다. 도대체 신상 가족은 무엇일까? 가족의 의미는 뭘까? 그보다 가족을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 소위 말하는 '가족'은 '식구'와는 좀 다른 개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밥을 같이 먹는 사이 정도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단순히 한 집에 머무른다고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가족은 뭘까? 이 책은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공교롭게 가족의 의미를 담은 영화를 내리 두 편이나 본 후라 더 그렇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헐뜯고 상처 주고 숨이 막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도 돌아서면 그립고 안쓰럽고 위로가 되는 그런 존재다. 가족.. 2017.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