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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 엄마의 엄마

by 두목의진심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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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열일곱인 작가의 현실은 어떻길래 이런 현타 작렬하는 문장이 뽑아질까? 이런 불평등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가? 참 사이좋게 느껴져 버리면 어쩌나 싶다.

 

"돈이란 천하를 도는 법이라는데 이상하게 그 돈이 갑부들 사이에서만 돌고 우리에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약간의 찌꺼기도. 그리고 그 찌꺼기조차 얻어먹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도, 빼앗아야 할 때는 가차 없는 것이 이 세상이다." p11

 

전작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으면서 하나미와 엄마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살짝 달 뜨기까지 했던 기억에 다시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누구라도 가난을 이렇게 긍정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이라고 애써 판타지 영역으로 넘기고 싶지만 그래도 하나미의 매력은 그저 매직이라서 삶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된 하나미의 새로운 뭐 그렇다고 딱히 새로울 것도 없이 여전히 가난한 근데 그게 또 중학생이 돼서 비싼 교복을 감당하기 어려워 옆 학교 교복을, 멀리서 보면 눈치채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로 시작부터 심히 심란한 하나미를 보면 역시나 여전하다는 안도감이 든다.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여기가 내가 머물 곳이라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여태 그런 의식조차 없이 살았다. 자기 집인데 내가 편히 머무를 곳이 없다니, 그렇게 큰 집인데. 비좁은 셋 집이라도 여기에는 분명히 내가 머무를 곳이 있다." p41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엄마의 엄마는 불한당 같고, 엄마의 엄마에게서 엄마를 지키고 싶은 하나미는 집에서 색이 다른 퍼즐로 산다는 사치코와 머리를 맞대고 돈 벌 궁리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고작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들 인생에 닥친 거대한 위기가 흥미진진해서 푹 빠져든다.

 

영재 소릴 듣던 하지만 지금은 백수 소리를 듣는 겐토의 여전함도 역시 반갑다. 그런 겐토가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는 밑줄이 쳐진 것처럼 도드라져 가슴에 박혔다. 나는 부모와도 자식과도 그렇다. 괜히 코끝이 찡해져 난감했다.

 

 

"슬픔에 무너질 것 같으면, 쓸쓸함이 사무칠 것 같으면 무리해서 웃는다." p236

 

참 독특한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재밌고 한 문장 한 문장 하나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미소가 끊이질 않는데 사실은 되게 슬픈 이야기다. 고작 10살을 전후한 하나미와 엄마의 세상은 가난하고 힘들고 아픔투성이다. 근데 그 모녀는 어둡지 않고 사랑이 넘친다. 그래서 너무 좋다.

 

하나미의 시선에서 미카미의 시선으로 그리고 기도 선생님의 시선으로 넘나들며 하나미를 둘러싼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은 엉덩이를 무겁게 만들며 끝을 보게 만든다. 하나미의 엄마의 아픈 상처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미카미의 진로와 이성을 통해 청소년의 성장을, 기도 선생님은 다양성에 대한 의미를 더해 가족을 이야기한다.

 

혹 하나미의 웃프기도 하지만 유쾌 발랄한 초딩시절의 이야기를 읽지 못한 독자라면 꼭 읽어 보길 권한다. 너무 사랑스럽다. 이런 하나미를 만들어낸 어린 작가 역시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소설이 아닌 에세이 마냥 "다들 자기들의 삶을 생생하게 살아 주어" 읽는 내내 행복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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